네 가지 시선이 묻는다 ‘당신에게 자연이란’
2025년 04월 05일(토) 00:00
자연으로 향하는 삶-이소영 외 3인 지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 조카는, 현재의 어린이들은 어디에서, 누구를 통해 자연을 경험하지?’ 물론 자연을 공부하기보다 코딩을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예전보다 자연을 덜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자연에 더 기댄다.”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이소영 식물학 일러스트레이터(식물세밀화가)는 “우리는 자연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많은 값어치를 들여 자연을 찾고 있다”며 “나 역시 도시에 살며, 어릴 적 주변 어른들로부터 받은 자연 경험을 현재의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지 못하는 부채감을 안고 있을 뿐이다”고 밝힌다.

신간 ‘자연으로 향하는 삶’은 환경·생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4명의 생태에세이를 모았다. 한권으로 묶지 않고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이소영 식물학 일러스트레이터)와 ‘새를 그리는 사람’(이우만 조류 세밀화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최원형 작가). ‘그렇게 죽는 건 아니잖아요’(희복 작가) 등 78쪽의 낱권으로 분철했다. 하나의 제목 아래 네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자연 속 생명들처럼 각각의 생각과 글이 섞을 수 없이 고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4명의 작가들은 자연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고, 도시화된 삶에서 자연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활짝 핀 벚꽃 가지에 앉아 꿀을 탐하고 있는 텃새 직박구리. /연합뉴스
숲 자락에 자리한 이우만 조류 세밀화가의 작업실은 ‘마을에선 끝집, 숲에선 첫 집’이다. 생태에세이에 들어갈 풀과 나무, 곤충들을 그리며 자연속 생명체들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깃털이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눈빛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는’ 청둥오리를 필드 스코프로 관찰하며 조류들에게 매료됐다. 또한 새를 관찰하고 그리는 방식에 대해 문화다양성이라는 면에서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어새가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듯 내 그림이 사람들에게 보여질 다양한 문화적 토양도 함께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잡지 기자와 방송작가로 일한 최원형 작가는 ‘청소기 대신 갈대 빗자루 사용하기’, ‘내 삶에서 가전제품 빼기’ 등 생활 속 실천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딱다구리 보전회’활동을 하는 작가는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연의 변화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이치를 헤아려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면 생명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이 풍부해진다. 그런 정서를 바탕으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들과 연대해 공동의 선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생태 감수성이 아닐까?”

광주동물권단체 ‘성난비건’을 운영하는 희복 작가는 2021년 가을부터 광주·전남 지역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를 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새들의 숫자 또한 비인간(새)의 생명이 존귀함을 드러내기 위해 ‘마리’ 보다 ‘명’(命)을 사용한다. 2018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연간 800만 명(마리)의 야생조류가 건물유리창과 투명방음벽과 충돌해 죽고 있다. 작가는 아파트 단지 등지의 투명한 방음벽에 전혀 효과 없는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새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새들의 개체수가 감소하면 생태계 균형도 깨진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자연을 대하는 작가 4명의 관점과 태도는 다르면서도 닮은 꼴이다.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자연과 삶에 대한 메시지는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들이 야외 조사에 나설 때 가방에 챙기는 물건 목록 또한 눈길을 끈다. <가지·3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