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삼아야 할 독선·아집·거짓말 대통령들
2025년 03월 28일(금) 00:00 가가
최악의 대통령-네이선 밀러 지음 김형곤 옮김
# 재봉사 출신인 앤드루 존슨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4년(1865~1869년) 재임 기간 동안 독선과 고집의 상징이 됐다. 남부 출신인 존슨은 남북전쟁 이후 수습을 하며 독단적인 재건정책을 폈다. 남부 연합의 지도자와 농장주에 대해 사면을 했고, 참정권 등 흑인노예의 권리를 포기하게 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의회는 반목했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 탄핵 표결에서 1표 차이로 탄핵을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존슨은 남부와 북부간 화해를 차단하는 등 국가의 정치적 질서와 생활을 붕괴시켰다. 결국 ‘고집스럽고 독선적인 태도로 타협과 합의를 거부한’ 그로 인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적 억압이라는 유산은 이후 1세기 동안이나 이어졌다.
#리처드 닉슨은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고, 2년 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마침내 1969년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범죄로 기소돼 처벌받을 위기에 몰렸다. 그는 사법권을 방해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무리수를 두며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아주 냉소적으로 경멸’했다. 의회 압박을 받고 제출한 백악관 녹음테이프에는 ‘CIA를 이용해 FBI 조사를 중지시키라’는 닉슨의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결국 닉슨은 탄핵을 피하기 위해 1974년 8월 사임을 선택했다. 사실상 ‘강제로 물러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그를 사면했다.
요즘처럼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 때가 있을까? 신간 ‘최악의 대통령’의 부제(국가와 국민의 삶을 파괴한 10인의 대통령 이야기)가 눈에 띈다. 원제는 ‘별을 단 남자들’(Star-Spangled Men). 2002년 ‘이런 대통령 뽑지 맙시다’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것을 새롭게 번역해 재출간한 김형곤 건양대 교수(문학박사)는 “국적은 다르지만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대한민국에 타산지석의 교훈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고 밝힌다. 저자인 미국 저술가 네이선 밀러는 15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연방의회를 출입했고, 이후 6년간 미국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등 미국 정치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미국사(史) 연구 관련 저서를 18권이나 집필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역대 47명의 대통령 가운데 10명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았다. 지미 카터(국정경험의 부족과 독선적인 도덕주의로 국민과 유리된 미숙한 대통령)부터 리처드 닉슨(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을 위반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대통령)까지 두루 살핀다.
저자는 1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7차례, 공화당 후보에게 4차례, 소수당 후보에게 2차례 투표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나쁜 대통령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신감의 결여, 불량한 성격, 타협과는 거리가 먼 형편없는 정치력과 무능, 비전의 결핍,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태도, 의사소통 단절 등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한 가지 판단기준을 추가했다. 바로 ‘그들이 대통령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가?’이다.”
신간은 열전으로 본 ‘대통령학(學)’ 교과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10명의 실패한 미국 대통령들 이야기는 남의 일로 읽히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발동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눈앞에 둔 한국 정치현실에서도 절실한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정치 진일보를 위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부록으로 1997년과 2024년 선정한 ‘역대 미국 대통령 순위’가 첨부돼 있다. <페이퍼로드·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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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술가 네이선 밀러는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지도력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19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참석자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저자는 1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7차례, 공화당 후보에게 4차례, 소수당 후보에게 2차례 투표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나쁜 대통령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신감의 결여, 불량한 성격, 타협과는 거리가 먼 형편없는 정치력과 무능, 비전의 결핍,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태도, 의사소통 단절 등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한 가지 판단기준을 추가했다. 바로 ‘그들이 대통령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가?’이다.”
신간은 열전으로 본 ‘대통령학(學)’ 교과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10명의 실패한 미국 대통령들 이야기는 남의 일로 읽히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발동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눈앞에 둔 한국 정치현실에서도 절실한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정치 진일보를 위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부록으로 1997년과 2024년 선정한 ‘역대 미국 대통령 순위’가 첨부돼 있다. <페이퍼로드·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