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김양진 지음
2025년 03월 28일(금) 00:00
광주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고에는 60년 전 졸업생들이 심은 낙우송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학교 13회 졸업생들이 1학년이던 1963년 담임교사와 함께 심은 나무다. 나무 옆 기념 빗돌에는 ‘AFTER 20 YEARS H1C 학급 기념식수 낙우송’이라는 글을 새겼다. 그로부터 20년 후, 다시 또 20년 후 졸업생들과 선생님은 약속했던 곳에 모여 서로를 추억했다. 2023년 10월, 이제는 할머니가 된 졸업생과 작고한 선생님 대신 딸이 같은 자리에 모여 낙우송 식수 60주년 기념행사를 갖기도 했다.

‘국내 1호 나무 전문 기자’ 김양진이 펴낸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에 소개된 아름드리나무 이야기다.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노거수의 기쁨과 슬픔을 비추는 이 책은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또는 사랑받아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나무를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저자가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을 고르고 보완해 묶었다.

책은 천연기념물·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물론 제도적 보호를 받지 않는 노거수까지 21개 지역의 고목을 주제별로 나눠 소개한다.

1부 ‘나무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에서는 수백 년간 마을을 지켜온 당산나무를 소개한다. 2부 ‘길에 선 나무’에서는 “전깃줄에 걸려서”, “꽃가루를 날려서”, “열매 향이 좋지 않아서”, “도로를 넓히기 위해” 잘려나간 가로수들의 사연을 살펴본다.

3부 ‘물이 좋은 나무’에서는 대구 왕버들 숲, 전주천 버드나무 수백 그루 등 습지에서 잘 나라는 나무를 소개하고 4부 ‘숲에 사는 나무’에서는 서울 봉산, 고양 산황산, 지리산 가문비 숲 등 위기에 처한 숲을 만난다. 마지막 5부에서는 특별한 사연으로 얽힌 ‘사람과 나무’를 소개한다. <한겨레출판·2만2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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