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전이 먼저” 대광여고·서진여고 통학로 컨테이너 123일 만에 철거
2025년 03월 19일(수) 20:15
시교육청, 사태 장기화에 긴급 대책회의 열고 해결 방안 모색
홍복학원·토지 실소유주 합의…학생들 “등하굣길 걱정 덜었다”

학교법인과 토지 소유자 간 갈등으로 학생들 통학에 불편이 있었던 광주 남구 대광·서진여고 앞 컨테이너가 19일 철거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대광여고·서진여고 앞 통학로를 점거했던 18㎡ 규모의 컨테이너가 123일 만에 철거됐다.

학교법인과 민간 개발업체 간 갈등으로 통학로가 위험해지면서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에겐 안전한 통학로가 확보된 셈이다.

광주시교육청은 19일 오전 10시 30분께 광주시 남구 주월동 대광여고·서진여고 통학로에 설치돼 통행을 방해하던 컨테이너가 철거됐다고 밝혔다.

이 컨테이너는 지난해 11월 16일 설치된 이후 4개월동안 학생들의 통학로 일부를 가로막고 있었다.

컨테이너는 통학로 앞 부지를 공매로 낙찰받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해당 부지와 관련 학교법인 홍복학원과 토지 인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설치됐다.

개발업체는 지난 2016년 홍복학원이 세금 체납으로 법인 일부 부지를 공매로 처분한 데 따라 대광여고 정문 앞 통학로 일부와 폐건물 부지를 낙찰받았다.

하지만 당시 임시체제로 운영되던 홍복학원 이사회는 “법인 재산에 대한 실질적 권한이 없다”며 부지 소유권을 내주지 않았다.

개발업체는 토지 반환을 요구하며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한 끝에 2019년 승소했음에도 이사회는 같은 이유로 토지 인도를 거부했다.

이에 개발업체는 “통학로를 못 주겠다면 인근의 다른 홍복학원 소유 토지를 달라”며 토지 교환 논의를 요구했으나, 그마저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개발업체는 소유권을 행사하겠다며 통학로를 점거하는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이다.

컨테이너에는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여러분이 겪는 통학로 불편 상황은 통학로 인도소송을 패소하고도 그 문제를 5년간 방치하고 토지교환결의마저 철회해버린 홍복학원 관선이사와 광주시교육청의 책임입니다”고 적힌 현수막도 걸렸다.

이 컨테이너 설치로 대광여고·서진여고 학생들의 통학 환경은 크게 악화했다.

8여m 폭의 왕복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이 막히면서 도로폭이 극도로 좁아져 등·하교 시 차량과 보행자 간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 것이다.

특히 학교 정문 바로 앞에 컨테이너를 두고 있던 대광여고 학생들은 교문으로 향하는 건널목에서 오른쪽 언덕 위에서 내려오는 방향의 시야가 가려지는 등 교통사고 위험에도 오롯이 노출됐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뿐 아니라 시민단체, 학부모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자 광주시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8일 교육청, 홍복학원 임시이사회, 토지 실소유주(개발업체) 등 3자가 만나 해결책을 논의한 끝에 학생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선 컨테이너부터 철거하자는 안이 받아들여져 물꼬가 트였다.

광주시 남구가 최근 ‘해당 컨테이너를 불법건축물로 지정하고 19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통고한 점도 논의 속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철거돼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광여고 학생 김유정(16)양은 “컨테이너 때문에 언덕길 위에서 내려오는 차들이 잘 안 보여서 위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최근 눈이 왔을 땐 혹시나 컨테이너가 통째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거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생인 박예봄(16)양은 “왜 컨테이너가 우리 학교 앞에 있는지 의아했다. 현수막도 걸려 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빨리 치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철거돼서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등하굣길이 훨씬 덜 위험해질 것 같다”고 반겼다.

박철영 대광여고 교장은 “그동안 학생들은 매일 이 컨테이너가 언제 치워질지 궁금해하며 불편을 호소해왔다. 교직원들도 학생 등하교시 안전 관리에 더 유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토지 소유자 측에서도 부담을 느꼈겠지만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동의했고, 결국 해결 방향을 모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박 교장은 “학교와 법인에서는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학교 법인의 정상화 추진이 토지 소유자 측에서도 원하는 바였고, 교육청과 이사회도 법에 따라 절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철거 배경을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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