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부터…한국 경제사에 잊혀진 ‘여사장’의 흔적
2025년 03월 14일(금) 00:00 가가
여사장의 탄생-김미선 지음
“포로복을 납품하고 납품서를 가져가면은 은행에서 돈을 줘. 여기 자루에다가 넣어갖고 발로 디디고 와. 돈을 발로 디디고 왔다니.”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던 ‘여사장’ 이종수는 미군 부대 포로복 납품 사업권을 따내 돈을 벌었다. 스물 네살, 젊은 나이였지만 문제가 생기면 미군 부대 담당자를 찾아가 직접 담판을 지었던 그는 스스로 ‘배짱이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 피난 시절 당장 배고픈 자녀를 돌봐야한다는 생각에 재봉틀 하나만 두고 시장 길바닥에 앉아 양장을 팔았던 송옥숙은 휴전 후 서울로 올라와 충무로에 점포를 내고 여사장이 된다.
한국 경제사(史)에서 잊혀진 ‘여사장’의 흔적을 발견하고 다시 쓴 책이 나왔다.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의 ‘여사장의 탄생-한국 현대 경제사의 여성 자영업자’는 한국전쟁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여성 자영업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한다. 책은 자신의 점포를 마련해 미용실이나 양장점을 운영하는 여사장,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여사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고용해온 여사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미래 경제 주체로서 여성의 가능성까지 탐지한다.
이화여대 우수학위 논문으로 뽑힌 박사 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한 책은 생생한 각 인물의 구술 채록을 기반으로, ‘삼천리’ 등 잡지와 신문 기사, 박완서의 ‘도시의 흉년’ 등 영화, 소설을 아우르며 다양한 담론을 풀어낸다.
책의 토대가 되는 국내 여성 자영업자 수는 얼마나 될까. 2024년 8월 현재 비임금노동자 총 665만 7000명 중 남성이 409만 5000명, 여성이 256만 2000명이다. 이중 고용원이 있는 여성 자영업자가 40만 9000명, 고용원이 없는 여성 자영업자가 137만 4000명이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한국전쟁이 ‘낳은’ 여사장’에서는 한국전쟁을 거쳐 여사장이 증가한 배경과 맥락을 살펴본다. 특히 남성 중심이던 경제 영역에 진출하며 여성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겪은 갈등과 고충을 들어보고 이러한 경험이 기록에서 누락된 상황을 들여다 본다. 2부 ‘여사장에서 여성 기업인으로’에서는 산업화 시기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규모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기업인의 등장에 주목하고 3부 ‘사장이 ‘되고픈’ 요즘 청년 여성’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자기 고용을 실천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영역과 작업 공간, 경제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수많은 여성의 시도와 경험, 인식을 역사화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기업의 조직문화와 경제위기에서 대안적 경제와 삶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이라는 여성의 경제적 실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산책·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던 ‘여사장’ 이종수는 미군 부대 포로복 납품 사업권을 따내 돈을 벌었다. 스물 네살, 젊은 나이였지만 문제가 생기면 미군 부대 담당자를 찾아가 직접 담판을 지었던 그는 스스로 ‘배짱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사(史)에서 잊혀진 ‘여사장’의 흔적을 발견하고 다시 쓴 책이 나왔다.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의 ‘여사장의 탄생-한국 현대 경제사의 여성 자영업자’는 한국전쟁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여성 자영업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한다. 책은 자신의 점포를 마련해 미용실이나 양장점을 운영하는 여사장,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여사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고용해온 여사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미래 경제 주체로서 여성의 가능성까지 탐지한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한국전쟁이 ‘낳은’ 여사장’에서는 한국전쟁을 거쳐 여사장이 증가한 배경과 맥락을 살펴본다. 특히 남성 중심이던 경제 영역에 진출하며 여성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겪은 갈등과 고충을 들어보고 이러한 경험이 기록에서 누락된 상황을 들여다 본다. 2부 ‘여사장에서 여성 기업인으로’에서는 산업화 시기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규모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기업인의 등장에 주목하고 3부 ‘사장이 ‘되고픈’ 요즘 청년 여성’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자기 고용을 실천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영역과 작업 공간, 경제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수많은 여성의 시도와 경험, 인식을 역사화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기업의 조직문화와 경제위기에서 대안적 경제와 삶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이라는 여성의 경제적 실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산책·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