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도시 광주 위해선 책 생태계 새롭게 조성해야”
2025년 03월 05일(수) 18:50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 문예지 ‘문학들’ 봄호서 주장
“한강 문학 ‘문학투어리즘’과 연계 필요성”도 강조

문학들 79호 표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이후 인문도시 광주를 위한 모색이 활발한 가운데 한강 문학을 ‘문학투어리즘’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발간된 종합문예지 ‘문학들’ 봄호(79호)에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이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를 위한 하나의 상상’이라는 주제의 글에서 주장했다.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
시인인 조 소장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무대인 상무관, 분수대, 전남도청, 망월묘지 등을 여행과 방문지로 동기 부여 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기념관을 떠올려도 좋다. 공간과 사건을 콘텐츠화 하고 ‘오월문학 작품’을 읽고 낭독하며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 소장은 무엇보다 책 생태계 조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에는 여러 과정과 단계를 거친다. 출판생태계 활성화는 자율 시장, 곧 자본의 흐름에만 맡겨서는 그 해법이 어려울 만큼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책 생태계는 저자(작가)-출판사-서점, 도서관-독자의 순환구조로 이루어진다”며 “ 생산(저자와 출판사)과 유통(서점)이 활성화되려면 소비(도서관, 독자)가 기본 축인데,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의 독서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의 이 같은 제언들은 최근 광주시가 ‘인문도시 광주위원회’를 구성하고 ‘책 읽는 도시 광주’를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에 나선 상황과 맞물려 이목을 끈다.

아울러 조 소장은 한강 문학을 주요 텍스트 겸 테마로 삼아 ‘세계문학축전’을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학축전은 개인의 창작과 작가들의 연대, 독자와 향유하는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조 시인은 “기존의 한국작가회의의 ‘오월문학제’와 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행사를 통합하는 방법, ‘북 페스티벌’ 이른바 책 박람회나 도서전 등의 여러 행사를 연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제안은 광주 역사적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현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지역 출판사, 그리고 동네 서점을 연결해 독자들과 시민들이 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길에는 반드시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와 체계의 뒷받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광주시가 ‘인문도시 광주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정책들을 고안, 추진하는 행보에 문학인 나아가 시민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시에는 관련된 조례, 예컨대 ‘도서관 및 독서문화진흥 조례’에는 시장이 연도별 독서문화진흥의 시행계획을 수립하라고 명시돼 있다.

조 시인은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조례’, ‘문화예술진흥조례’와 ‘지역출판진흥조례’ 모두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명시돼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시행과 지속성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꿀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나비효과’로 이어져 도시와 시민의 삶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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