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삶도 사랑하리…미지의 세계 또한 ‘쨍쨍’하게
2025년 02월 28일(금) 00:00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쨍쨍 지음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 있다. 강렬한 제목은 독자들을 끄는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제목만 그럴싸했지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제목 장사’는 관심을 끌 수는 있어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독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쨍쨍이 펴낸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는 매력적인 에세이이다. “여자 혼자 몸으로 세계 여행을 한지 20년이 되었다”는 문장은 저자가 보통 사람은 아님을 전제한다.

이번 책은 부제도 인상적이다. 거기에 저자의 이름마저 생소하다. 쨍쨍이라는 이름의 저자가 있었던가 싶다. 필명인가 싶어 본명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표기돼 있지 않았다.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라는 부제는 저자에 대한 범박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는 지난 2009년 8월 31일 학교 ‘밖’ 여행을 위해 26년 6개월간의 ‘학교 여행’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20년째 세계를 여행하는 65세 여성 쨍쨍은 세계지도 속 방방곡곡을 다니는 현재의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달 제공>
저자가 여행의 삶을 시작한 것은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지금처럼 SNS가 일상화되지 않았던 시절 그는 ‘오불생활자클럽’이라는 다음 카페를 방문했다. 세계 여행을 다녀왔거나 진행 중인 이들로 가득했다. 쨍쨍은 신세계에 매료돼 밤을 꼬박 세워가며 카페를 둘러봤다. 당시 그에게 세계여행은 오랜 로망이었다.

그가 가장 눈여겨봤던, 아니 사로잡았던 게시물은 어느 초등학교 교사인 ‘나야’의 글이었다. 명예퇴직하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글에 무려 100여 개 이상의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저자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래, 내가 꿈꾸는 삶, 나도 함 해보자!”로 귀결되었다.

저자는 ‘나야’에게 연락을 했고 어떻게 세계 여행을 결정하게 됐는지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독신인데다 큰돈 들일 취미도 없고 혼자 몸 건사할 자산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20년째 세계를 여행하는 65세 여성 쨍쨍은 세계지도 속 방방곡곡을 다니는 현재의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달 제공>
“나에게 여행이란 삶이다. 여행이라는 삶, 삶이라는 여행. 자궁에서 유영할 때부터 이미 시작된 여행, 삶 속에서 나는 맘껏 헤엄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여행 인생은 이번 책에 오롯이 스며 있다. 쨍쨍이라는 필명은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여행을 하는 삶은 쨍쨍하다는 의미와 태양이 내리쬐는 밝은 날을 함의한다. 한편으로 분홍색은 쨍쨍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태양이 쨍쨍하게 내리쬐면 요가도 하고 춤도 추고 해변을 거닐기도 한다.

지금껏 저자가 다닌 곳은 세계 방방곡곡에 걸쳐 있다. 아시아와 유럽만 해도 적잖은 국가다. 인도, 네팔, 태국, 스리랑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위스, 영국,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까지 걸쳐 있다. 아프리카는 모로코, 세네갈,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왔으며 북미는 미국, 중남미는 멕시코를 갔다 왔고 남미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포함돼 있다. 오세아니아는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했으니 5대양 6대주를 자유자재로 남나들었던 것이다.

20년째 세계를 여행하는 65세 여성 쨍쨍은 세계지도 속 방방곡곡을 다니는 현재의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달 제공>
올해 우리나이로 65세인 여성이 이렇게 세계 각지를 여행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넘치는 호기심과 사랑”이라고 답한다. 삶에 대한 사랑, 문화에 대한 사랑, 풍경과 음식에 대한 사랑 등이 호기심과 맞물려 낯선 나라로 이끄는 것이다. 또한 직접 가보지 않는 이상 세계의 나라는 단지 종이 속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모든 여행이 유쾌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크고 작은 실수로 여행을 망치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 삶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그때는 목소리를 높여 그 순간까지도 사랑한다고 외치라고 권유한다. 좌충우돌의 삶도 사랑하리라 내뱉는 순간 미지의 세계 또한 ‘쨍쨍하게’ 열린다는 것이다.

책은 여행을 주저하는,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말의 용기를 준다. 한편으로 그럴 수 없는 이들에게는 적잖은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달·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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