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5년 01월 30일(목) 21:30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억의 시작은 시골 작은 교회를 목회하시던 때이다. 내가 태어나 아주 어릴 적 기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기술 과목을 가르쳤다. 목회를 잠깐 하시다 시계 수리 자격증이 있으셔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의 교감까지 역임하시다 학교가 폐교가 되면서 목회를 다시 했다. 직접 그 당시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니지만 집에 있는 그 학교의 몇 권의 졸업앨범 속에서의 아버지는 독사진과 함께 그 밑에는 “교감 아무개” 라는 직책과 성함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는 못하시는 것이 없는 대단한 분이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지 방에 가득했던 시계들과 시계수리 도구들이었다. 아버지 방에 가끔 들어가면 책을 보시며 설교 준비를 하시든지 시계를 고치는 모습이었다. 작은 부속들로 이루어진 오토매틱 시계들 귀에 가까이 대면 재깍재깍 소리 내며 쉼 없이 움직이는 시계들을 보면 무척 신기했다. 루빼(Loupe)를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분해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작은 부속들을 하나하나 조심히 분해하여 소독하고 깨끗하게 한 뒤에 백열등의 열로 그것들을 말리고 다시 조립하면 대부분 다시 작동을 하였다.

나의 이러한 경험으로 설교할 때 시계의 분해소지를 예화로 들기도 했다. 시계를 분해소지 하듯 우리의 모습도 때가 끼어 멈춰버렸다면 차근차근 분해해서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의 빛 아래에 말리고 다시 조립을 한다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 이러한 이유로 다른 명품은 잘 모르지만 시계에 대해서는 참 관심이 많았다. 시계는 많은 제품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명품이 있으면 진짜와 똑같이 만들어진 가짜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스위스 명품 시계제조업체인 오메가가 전시할 목적으로 44억에 낙찰 받은 자사의 시계가 당시에 만들어진 완제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진품부속들과 새로운 부속으로 정교하게 재조립된 프랑켄슈타인 시계라고 밝히며 법적인 조치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으면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요즘 방영되는 TV드라마에 이러한 장면이 있었다. 명품 수입업체에서 감별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와 가품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경쟁사는 학벌뿐 아니라 이미 그쪽 세계에서 이름난 감별사를 등에 업고 벌인 일이었고 이쪽 회사에서 진품임을 증명하는 사람은 30여년의 경력을 가진 이름 없는 수선사였다.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 수선사를 응원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 수선사는 긴 세월동안 보았고, 만졌고, 냄새를 맡으면서 그냥 알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수선사의 판별이 맞았고 그를 믿지 못했던 수입업체 대표는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그 수선사의 능력에 경의를 표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었다.

신약성경 요한일서 1장 1절에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라는 말씀이 있다. 진짜를 오래 많이 보고 만지면 가짜를 금방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아는 것이다. 강요나 선동에 의한 것도 아니고, 어떤 군중심리에 휘말리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러하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는 그 이름과 능력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신앙의 운둔 고수인 성도들에게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작금의 세태를 보면 한국 교회의 대표가 어떤 특정인 것처럼 비춰지니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주간보호센터에서 봉사하며 어르신들과 부른 노래가 있다. 한 때 유행을 탔던 신신애라는 분의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 중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가사가 있는데 1993년도에 발표된 노래지만 어쩜 지금 들어도 잘 들어맞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는 삼십년 가까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해 오면서 주의 몸 된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기도하는 진짜 그리스도인들이 있음을 보았다. 앞으로도 한국 교회는 그들에 의해 지켜지고 그 신앙은 후손들에게 전수되어 진짜가 많아지는 교회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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