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의 천국, 런던& 헤이 온 와이를 가다] 공간이 사람을 부른다 … 취향 찾아 행복한 독서여행
2025년 01월 13일(월) 08:00 가가
‘돈트북스’ 은은한 나무향…중세시대 모습 간직
단골고객 독서 취향 꿰뚫어 신간 등 도서 추천
물 위의 서점 ‘워드 온더 워터’…운하에 서점 꾸며
뮤지션·버스커 무대…예술·음악·문학 발신지
‘헤이 온 와이 책마을’ 세계 최초 헌책방 마을
16~17세기 고서·신간 등 100만여 종 비치
단골고객 독서 취향 꿰뚫어 신간 등 도서 추천
물 위의 서점 ‘워드 온더 워터’…운하에 서점 꾸며
뮤지션·버스커 무대…예술·음악·문학 발신지
‘헤이 온 와이 책마을’ 세계 최초 헌책방 마을
16~17세기 고서·신간 등 100만여 종 비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을 배출한 영국은 동네서점이 1020여 곳에 달하는 독립서점의 천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불리는 런던의 돈트북스 서점 내부.
2025년 광주시는 지난해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 읽는 도시’ 만들기에 나선다. 책과 친해지는 문화를 만들고,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를 연결하는 독서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도 그럴것이 ‘북 시티’(Book city), 나아가 독서강국으로 불리는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문고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주민들과 수십 년간 동고동락해온 동네서점들이 많다는 것이다. 단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로 소통하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동네서점(독립서점)의 천국이다. 런던에 위치한 서점 연합회(The Booksellers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는 1027곳(2022년 기준)의 서점이 운영중이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연간 독서율은 50%로 성인의 절반가량이 정기적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의 외곽의 헤이 온 와이(Hay on Wye)는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로 매년 가을에 열리는 북페스티벌은 글로벌 축제로 각광받고 있다.
#런던의 아이콘, 돈트북스
런던의 동네서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말리본 하이스트리트의 돈트북스(Daunt Books)다. 아름다운 녹색과 진한 갈색의 떡갈나무로 마감된 책방은 1910년 영국 에드워드 왕조 시대에 설립된 고서점 ‘프랜시스 에드워드’를 리모델링했다. 그 때문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내는 어느 도서관도 부럽지 않을 만큼 넓고 깊다. 책방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의 도서관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 서점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1층은 주로 신간과 어린이 서적을, 지하층과 2층은 고서적과 여행서적으로 꾸며졌다.
서점의 중앙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아치형 천장과 복도식 계단이 자리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장을 뚫고 햇살이 비치는 2층 서가에서 책을 들춰보는 고객들의 모습은 돈트북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돈트북스는 은행가 출신인 제임스 돈트(James Daunt·60)가 세운 영국의 대표적인 독립서점이다. 평소 여행을 즐겼던 그는 대학시절 역사와 예술 등에 관한 책을 가까이하는 등 인문학적 소양이 깊었다. 금융맨으로 잘나가던 그는 26살 되던 해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의 자리에 동네서점을 열었다. 당시 ‘돈트북스 프로젝트’는 런던 사회에 큰 화제를 낳았다. 온라인 서점과 워터스톤즈(Waterstones) 등의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서점들이 쇠락해가는 상황에서 돈벌이가 안 되는 서점을 열겠다는 건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돈트북스는 주위의 우려를 뒤로하고 개점 5년 만에 매출 14억 원을 기록하는 대박을 냈다. 지난 2010년에는 98억 원의 매출과 동시에 5명 안팎이었던 직원이 40명으로 늘었다.
성공의 핵심 비결 가운데 하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돈트북스는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영업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뒀다. 평균 근무기간이 10년이 넘을 만큼 돈트북스에 입사한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은 온라인과 대형서점에 비해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꿈꾸는 서점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플랫폼이다. 많은 사람이 서점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메뉴를 내놓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20년 전 쇠락의 길에서 기사회생한 런던의 펍(pub)처럼”. 브렛 울스튼크로프트가 전하는 동네서점의 미래다.
#‘물위의 서점’ 워드 온 더 워터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헌 책방이 있다. ‘워드 온 더 워터’(Word on the Water)이다. ‘물위의 서점’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2011년 도심을 가로 지르는 리젠트 운하에 깜짝 등장했다. 매일 낮 12시에 문을 여는 ‘워드 온 더 워터’는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의 패디 스크리치와 조나단 프리벳 등 독서광인 세 친구가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해 낡고 오래된 15m 길이의 바지(Barge)선을 꾸민 곳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신경 쓴 ‘공사’는 지붕 위 스테이지. 지역의 뮤지션이나 버스커들의 공연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고가의 마이크와 음향 시설을 갖췄다.
2011년 5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워드 온 더 워터’는 역사적인 ‘출항’을 시작했다. ‘물위의 서점’은 등장과 동시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헌책은 쓸모없는 폐지가 아니라 과거와 역사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는 엔티크로 여기는 영국의 정서도 한몫했다.
‘워드 온 더 워터’의 매력은 예술과 음악, 문학을 퍼뜨리는 발신지이자 해방구라는 데 있다. 지붕 위에 마련된 오픈 스테이지에서는 재즈와 어쿠스틱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 시 낭송회 등이 끊이지 않는다. 매회 평균 300여 명이 찾을 만큼 리젠트 운하의 브랜드가 됐다.
#헤이 온 와이 책마을
런던에서 잠시 벗어나면 속도 경쟁의 인터넷 세상과 담을 쌓은 고즈넉한 책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다. 196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올해로 63년을 맞는다.
1950년대 초반만 해도 광산촌으로 유명했지만 석탄이 바닥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하지만 지난 1961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의 20대 청년 리차드 부스(Richard Booth)가 마을 소방서 건물 한 쪽에 헌책방을 연 후 세계적인 책 마을로 변신했다. 처음엔 산간벽지에 무슨 책방이냐며 부스를 비웃었던 마을 주민들은 런던, 아일랜드, 미국을 돌아다니며 희귀본 고서와 헌책들을 모으는 그의 열정에 감동받아 하나둘씩 빈집에 책방을 열기 시작했다. 헤이 온 와이는 900년 전 노르만 왕족인 브라우스 2세가 세운 고성(古城)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헌책방이 줄지어 서 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 있는 헌책과 16∼17세기 고서, 신간 등 100만여 종의 서적이 비치돼 전 세계의 방문객들을 불러들인다. 한창 잘나갈 때는 40여 곳에 달했지만 임대료가 뛰어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현재는 20곳의 서점과 카페, 식당, 아트숍, 빈티지 가게 등이 성업 중이다.
근래 헤이 온 와이는 근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매년 5월 말∼6월 초까지 약 10일간 열리는 ‘헤이 온 와이 북 페스티벌(The Hay Festival of Literature & Arts)에는 10만 여명의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열악한 접근성과 숙박시설 등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
/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돈트북스는 은행가 출신인 제임스 돈트(James Daunt·60)가 세운 영국의 대표적인 독립서점이다. 평소 여행을 즐겼던 그는 대학시절 역사와 예술 등에 관한 책을 가까이하는 등 인문학적 소양이 깊었다. 금융맨으로 잘나가던 그는 26살 되던 해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의 자리에 동네서점을 열었다. 당시 ‘돈트북스 프로젝트’는 런던 사회에 큰 화제를 낳았다. 온라인 서점과 워터스톤즈(Waterstones) 등의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서점들이 쇠락해가는 상황에서 돈벌이가 안 되는 서점을 열겠다는 건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돈트북스는 주위의 우려를 뒤로하고 개점 5년 만에 매출 14억 원을 기록하는 대박을 냈다. 지난 2010년에는 98억 원의 매출과 동시에 5명 안팎이었던 직원이 40명으로 늘었다.
성공의 핵심 비결 가운데 하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돈트북스는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영업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뒀다. 평균 근무기간이 10년이 넘을 만큼 돈트북스에 입사한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은 온라인과 대형서점에 비해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꿈꾸는 서점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플랫폼이다. 많은 사람이 서점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메뉴를 내놓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20년 전 쇠락의 길에서 기사회생한 런던의 펍(pub)처럼”. 브렛 울스튼크로프트가 전하는 동네서점의 미래다.
![]() ![]() |
1961년 런던 인근의 탄광촌에 들어선 헤이 온 와이는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 이다. |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헌 책방이 있다. ‘워드 온 더 워터’(Word on the Water)이다. ‘물위의 서점’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2011년 도심을 가로 지르는 리젠트 운하에 깜짝 등장했다. 매일 낮 12시에 문을 여는 ‘워드 온 더 워터’는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의 패디 스크리치와 조나단 프리벳 등 독서광인 세 친구가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해 낡고 오래된 15m 길이의 바지(Barge)선을 꾸민 곳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신경 쓴 ‘공사’는 지붕 위 스테이지. 지역의 뮤지션이나 버스커들의 공연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고가의 마이크와 음향 시설을 갖췄다.
2011년 5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워드 온 더 워터’는 역사적인 ‘출항’을 시작했다. ‘물위의 서점’은 등장과 동시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헌책은 쓸모없는 폐지가 아니라 과거와 역사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는 엔티크로 여기는 영국의 정서도 한몫했다.
‘워드 온 더 워터’의 매력은 예술과 음악, 문학을 퍼뜨리는 발신지이자 해방구라는 데 있다. 지붕 위에 마련된 오픈 스테이지에서는 재즈와 어쿠스틱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 시 낭송회 등이 끊이지 않는다. 매회 평균 300여 명이 찾을 만큼 리젠트 운하의 브랜드가 됐다.
![]() ![]() |
런던의 리젠트 운하에 자리잡은 ‘워드 온 더 워터’. 독서광인 3명의 책방지기들이 낡은 바지선을 구입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위의 서점을 열었다. |
런던에서 잠시 벗어나면 속도 경쟁의 인터넷 세상과 담을 쌓은 고즈넉한 책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다. 196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올해로 63년을 맞는다.
1950년대 초반만 해도 광산촌으로 유명했지만 석탄이 바닥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하지만 지난 1961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의 20대 청년 리차드 부스(Richard Booth)가 마을 소방서 건물 한 쪽에 헌책방을 연 후 세계적인 책 마을로 변신했다. 처음엔 산간벽지에 무슨 책방이냐며 부스를 비웃었던 마을 주민들은 런던, 아일랜드, 미국을 돌아다니며 희귀본 고서와 헌책들을 모으는 그의 열정에 감동받아 하나둘씩 빈집에 책방을 열기 시작했다. 헤이 온 와이는 900년 전 노르만 왕족인 브라우스 2세가 세운 고성(古城)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헌책방이 줄지어 서 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 있는 헌책과 16∼17세기 고서, 신간 등 100만여 종의 서적이 비치돼 전 세계의 방문객들을 불러들인다. 한창 잘나갈 때는 40여 곳에 달했지만 임대료가 뛰어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현재는 20곳의 서점과 카페, 식당, 아트숍, 빈티지 가게 등이 성업 중이다.
근래 헤이 온 와이는 근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매년 5월 말∼6월 초까지 약 10일간 열리는 ‘헤이 온 와이 북 페스티벌(The Hay Festival of Literature & Arts)에는 10만 여명의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열악한 접근성과 숙박시설 등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
/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