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5년 01월 08일(수) 00:00
적의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철옹성(鐵甕城)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신했던 남한산성이나 정조가 축성한 수원화성이 이에 해당한다. 무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하게 쌓은 성을 뜻하는 철옹성은 일반적으로 함락시키기 어려운 장소를 빗대 방비나 단결 따위가 견고함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데 역사적으로는 철옹성 본연의 의미인 방비보다는 성의 몰락인 ‘함락’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성을 뺏긴 것에 주목해 이유를 찾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점에서 나온 발상인 듯하다.

이와 관련 성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획기적인 전략과 압도적인 공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오만과 패착에 의해 스스로 무너진 것인지로 나눠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성벽의 붕괴가 전자의 예다. 비잔틴제국 테오도시우스 2세가 447년에 골드혼 해협과 마라마라 해로 둘러싸인 육지에 삼중의 성벽을 쌓아 건설한 요새는 이후 1000년 동안 단 한 번도 함락을 허락하지 않은 난공불락의 상징이었지만, 비잔틴-오스만 전쟁에서 강력한 포병과 군함을 산으로 끌고 가 골드혼으로 옮기는 오스만의 기상천외한 전략에 하루아침에 명성을 잃어버렸다.

후자를 대표하는 것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나오는 트로이 성이다. 도시국가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이 벌인 트로이 전쟁은 두 나라 간 비슷한 전투력과 트로이의 강력한 요새로 인해 10년 동안 공성전을 치렀으나 끝을 보지 못한다. 이에 그리스 군대는 오디세우스의 제안에 따라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30여 명의 군인을 그 안에 매복시켰다. 트로이인들은 이 목마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성안으로 들여놓고 축제를 열다가 화를 당한다. 목마 속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인들이 성문을 열었고, 철옹성 트로이 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최근 내란 수괴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관저에 숨어 버티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 ‘한남동 철옹성에 갇힌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하지만 철옹성 역시 깨지는 법,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순리인 듯하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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