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의 역사] 역대 세번째…노무현 ‘기각’, 박근혜 ‘인용’
2024년 12월 14일(토) 18:05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 개입 발언 헌법 수호 위배 안된다 판결
박근혜, 비선 실세·문고리 3인방 등 국정농단 사실 드러나
윤석열 ‘내란죄’심리…전직 대통령 탄핵 결정, 3개월 이상 안걸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박근혜에 이어 8년 만에 가결되면서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탄핵 역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대상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한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거센 반발에도,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야당 주도로 재적 271명 중 193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등의 발언 내용을 꼬투리 삼아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개월 여만인 같은 해 5월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했다. 직무 정지됐던 노 전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했고,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야권은 곧바로 이어진 17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고 참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어 2016년 탄핵 대상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끝은 노 전 대통령과 달랐다. 바로 파면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재적 300명 중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비선 실세’, ‘문고리 3인방’ 등의 핵심으로 거론된 최서원(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도 상당수가 동참했다.

헌재는 2017년 3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당시 최서원씨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을 대표적인 파면 사유로 지적했다.

이날 역대 3번째 탄핵 대통령에 이름을 올린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과의 파면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많다.

우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뇌물수수 등 이었다. 검찰 수사와 기소 이후 탄핵이 추진됐으며, 탄핵소추안도 공소장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당시 한 달 넘게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상황 등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촛불 집회를 통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0월 말 국정 지지율은 17%대로 주저 앉았고, 탄핵 표결 직전까지 4~5%대의 역대 최저 지지율에 머물렀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 피의자 신분으로, 모든 국민이 계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접 겪었다. 다시 말해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다. 국민들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에게 공포·불안과 수치심을 줘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소송 이유다.

12월 3일 밤에 겪은 단 하루의 계엄 충격만으로 국민 여론은 탄핵을 넘어 대통령 ‘하야’로 향하고 있다.국정 지지율도 계엄 직후인 이달 첫째 주 16%, 둘째 주는 11% 로 떨어졌다.

국민 분노와 국정 지지율 추락 등은 2016년과 2024년 모두 닮은 꼴이다.또 2016년과 2024년 모두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탄핵에 찬성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16년에는 민주당 등 야당 172명,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은 128명이었는데, 전반적으로 탄핵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도 어렵지 않게 가결됐다.

2024년은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192명으로 당시보다 20명이나 더 많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08명)들이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투표에서 3명만 참여하는 바람에 탄핵안 자체가 부결됐다.

이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만 남았다. 헌재의 시간이다. 과거 헌재는 전직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3개월 이상 끌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2개월여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개월 여만에 파면을 결정했다.

국민들은 “국민을 상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으로, 과거 탄핵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헌재의 빠른 심리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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