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막은 시민·야당 신속 대응이 민주주의 지켜냈다
2024년 12월 04일(수) 20:25
계엄선포서 해제까지 긴박했던 6시간
시민들 밤새도록 국회 주변 둘러싸
군인 옷자락 붙잡고 작전중단 요청
헬기 동원 계엄군 280여명 국회 진입
보좌진 등과 대치 유혈사태는 없어
의원 190명 2시간만에 국회 모여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 요구로 6시간 만에 해제된 과정에는 ‘투철한 시민의식’과 야당의 발빠른 대처가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알려진 뒤 주변 시민들은 국회로 앞다퉈 달려와 군인들의 추가 본회의장 진입을 막아냈고, 예산 심의 등으로 자택과 국회 주변에 있었던 야당 의원들도 총동원령 속에서 신속하게 본회의장을 채워나갔다.

또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인들도 시민과 국회의원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았고, 일부는 탄창을 채우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작전’으로 대처해 전두환 신군부의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의 비극은 재현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의식=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1시를 시점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회 경내에는 두 차례에 걸쳐 계엄군 280여명이 진입했다.

국회사무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20여분이 흐른 3일 밤 10시 50분부터 경찰이 국회 외곽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직원 출입을 막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국방부는 3일 밤 11시 48분부터 4일 오전 1시 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시켰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로 들어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계엄군이 탄 헬기가 국회 내에 연이어 착륙하는 모습도 CC-TV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행히 우려했던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국회 주변을 둘러싸고 계엄 반대를 외쳤고,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경내로 입장할 때마다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일부 시민은 국회 외곽에 모습을 보인 군인들의 옷자락을 잡은 채 “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계엄군의 기세에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도 커졌지만,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이 차분히 대응하면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한때 군인들과 의원 보좌진들간 격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결혼식을 앞둔 민주당의 한 보좌진이 얼굴에 9바늘을 봉합해야 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의원 보좌진과 함께 국회사무처 직원과 야당 관계자들 역시 군인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으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일부는 군인들에게 “본회의장 진입은 민주주의 말살이다”라며 차분한 어조로 달래기도 했다.

계엄군도 무리한 진입 대신, 절제된 언행으로 필요 이상의 마찰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사당 외곽 방호를 맡은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도 차분한 대응과 함께 몰려드는 시민 안전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67세 의장부터 의원들 국회 담 넘어 계엄 저지=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가 155분 만에 ‘무효’를 선언하게 만든 과정에 야당의 역할도 컸다. 군인에 의해 국회는 출입이 통제됐지만 의원들은 1m 남짓의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했다.

올해 67세인 우원식 의장도 담장을 넘어 4일 0시 30분께 본회의장 의장석에 착석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준비했다. 또 조계원(여수을) 국회의원이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달려가는 등 광주·전남지역 18명의 국회의원도 계엄해제를 위해 사투를 펼쳤다.

결국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2시간 30여 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뒤 계엄사를 철수했다.

한편 이날 전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 190명이 불과 2시간 여만에 국회로 모이고, 의원 보좌관 다수가 계엄군과 공동 대처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내년 국비 예산 심의를 위해 대다수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서울 내 국회 주변 등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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