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정권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1월 04일(월) 21:30
특정 정치인, 정당을 강력히 지지하는 지지층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한다. ‘집토끼’, ‘고정층’으로 불릴 때도 있지만 ‘묻지 마 지지’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정치인 팬덤과 결합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굳건한 지지세를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빠’라는 팬덤이 굳건한 지지를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디올 백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공천 개입,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마포대교 순시, 채 해병 사건의 징계 무마 의혹에다, ‘명태균 게이트’ 등이 쉴새없이 터져나오는데도, 임기 내 30%의 굳건한 지지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는 콘크리트 같던 윤 정부 지지층의 ‘변심’을 엿볼 수 있는 통계다.

특히 집권 이후 최저치를 찍은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 비율(19%)보다 대구·경북(TK) 지지율이 1%p 낮게 나온 점은 보수 텃밭의 이탈세가 두드러짐을 그대로 보여준다. TK 지지율이 10%대로 나타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견고할 것 같던 충성 지지층은 어느새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30%선을 훨씬 밑도는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기장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특검을 외면하는가 하면 촛불집회,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는 등 요동치는 민심의 ‘전광판’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결과가 ‘19%’로 나타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민 챙기기’보다 ‘부인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면 지지율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 순간이 레임덕, 데드덕의 시작이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하는 거 보면은.”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런 말도 했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19% 정권’이 겁이 없으면 어쩌란 말인가.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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