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10월 15일(화) 22:00
무화과는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 중 하나다. 세계사의 유명한 미인들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먹은 음식으로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우리 민족에겐 조금은 낯선 과일이다. 18세기에 청나라를 방문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무화과를 본 후 ‘열하일기’에 “꽃이 피지 않고도 열매를 맺는 이상한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라고 썼는데 이것이 무화과에 대한 첫 기록일 정도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옛 조리서에선 무화과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도 오래전부터 남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무화과가 자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제철이 짧은 데다 과육이 무르고 상하기 쉬워 다른 지역까지 유통되기 어려웠으므로 상품화하지 못해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것도 일제강점기 무렵이다.

꽃이 피지 않는 과실이라고 하여 무화과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과실 안에서 꽃이 피어난다. 이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내는 자신을 꽃 없는 열매에 비유한 김지하의 시 ‘무화과’에서도 언급된다. 시인은 “이봐/내겐 꽃시절이 없었어/꽃 없이 열매 맺는 게/그게 무화과 아닌가(1986년 작‘무화과’ 중)”라고 썼다.

무화과는 반으로 갈랐을 때 하얀 실타래처럼 보이며, 입에 넣었을 때 톡톡 씹히는 식감을 내는 부위가 꽃이다. 무화과와 공생하는 말벌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수정하며, 수정이 되지 않더라도 열매 자체는 성장할 수 있다. 수정으로 번식하는 무화과가 훨씬 맛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화과는 이제 보존 기술과 유통망이 발달해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영암군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경제작물로 무화과를 재배한 무화과의 시배지이다.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60%에 달하는 5400t을 생산하고 있는 ‘무화과의 고장’으로 지난 2015년에는 ‘무화과 특구’로 지정됐다.

최근 목포에서 열린 ‘제30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서 영암 무화과 피자가 ‘남도 1호 피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피자는 11월에 전국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 ‘대박’을 기대해 본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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