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45년전 선임 구타로 조현병 걸렸다면?
2024년 10월 15일(화) 21:40
“제대로 치료 못 받아”…광주고법 1심 뒤집고 “보훈대상” 판결
군대에서 선임들의 구타로 조현병에 걸린 제대 군인을 보훈대상자에서 제외한 광주지방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행정1부(재판장 양영희)는 1980년 육군 포병으로 근무하다 의병전역(依病轉役·질병으로 전역)한 A(67)씨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대상 결정 취소’ 항소심에서 1심의 원고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1978년 입대한 A씨는 “육군 포병대대에서 관측병으로 근무하다 1979년 1월 동계훈련 중 선임들의 구타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조현병이 발생해 악화됐다”면서 2021년 정신분열증을 원인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광주지방보훈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구타에 의한 스트레스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인용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조현병 발병 원인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고 군 의료자료를 보면 A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입영신체검사에서 정신과 ‘정상’ 체격등위 ‘갑종’판정을 받았고, 군복무 전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또 1979년 2월부터 사격훈련 이후 증상이 발생했는데도 첫 진찰이 3개월 뒤인 5월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가족이 ‘집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했으나 포대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하고 병원 후송 조치를 약속했지만, A씨가 탈영 시도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야 야전병원으로 옮긴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만 A씨가 군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도중 조현병이 발병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유공자 대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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