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옛 전남도청에 ‘언론 검열관실’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주·전남언론인회는 26일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옛 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안) 공개설명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전남북계엄분소 언론검열관실은 1979년 10·26 군사반란 이후 계엄령에 따라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 설치됐다.

5·18과 관련한 보도 일체를 사전 차단했으며, 검열관실에는 소령, 대위, 중위 등 5명의 장교와 보안대 출신 상사가 상주하며 언론 보도를 사전 검열했다.

이에 1980년 5월 20일 광주일보 기자들은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는 내용의 공동사표를 냈고, 5월 21일부터 10일 동안 광주일보 발행이 중단되면서 호남 언론의 기능이 전면 마비됐다.

계엄군은 6월 2일이후 발행된 광주일보의 ‘아 광주여’, ‘민주시민의 긍지. 무등산은 알고 있다’ 등 기사에는 빨간 사인펜을 긋는 검열을 통해 기사 내용 대부분을 삭제할 것을 강요했다.

김성 광주전남언론인회 회장은 “옛 전남도청의 언론검열관실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언론 통제의 현장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이 공간을 복원해 신군부가 위력으로 사실보도를 막고 민주주의를 저해한 현장을 남기고 역사적, 교육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명회장에서는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의 현황과 전시 콘텐츠 설치 세부계획도 공개됐다.

전시 주제는 ‘최후 항쟁, 오월정신의 계승과 확산,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로 정해졌다.

도청 본관에는 원형복원 전시실, 검증 서사 전시실 등이 조성된다. 무장 항쟁, 최후 항쟁, 계엄군 탄두, 희생자 이야기 등이 전시된다. 외부에는 시민군 기동타격대가 사용한 지프차 등도 설치돼 방문객이 직접 탑승해 볼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도청 회의실은 열린 도서관,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며, 지하 시민군 무기고도 복원된다. 강당에는 김동수·윤상원 열사 추모 공간도 만든다.

도경찰국 본관에는 5·18을 주제로 한 입체영상 콘텐츠,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을 전시할 계획이며 3층에는 수장고 시설도 설치된다.

도경찰국 민원실에는 특별 전시실과 문화예술 감상실 등을 설치하며 관람객 휴식을 위한 카페테리아·뮤지엄숍도 조성할 방침이다.

도청 별관은 교육 및 계승·체험 공간으로 역사 전시실, 교육·체험실 등이 들어설 계획이며, 이곳 2층에는 전남도청 건축 과정과 행정 중심지로서 광주시 신축·확장 과정,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변모 과정 등을 소개하는 건축역사실도 들어설 예정이다.

시민군의 주검을 안치했던 상무관에는 상설 추모 공간이 들어선다.

총 관람시간은 2시간이며 한번에 4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지난해 8월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했으며, 완공 시점은 오는 2025년 9월이다. 지난 23일 기준 공정률은 26.9%를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는 전시콘텐츠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마무리하며, 내년 10월까지 전시물 설치를 마치고 12월까지 개관할 계획이다.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설계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며 “광주 시민이 수호한 공동체 정신을 널리 알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