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고위험군 임신부 원정출산 우려<9월 9일자 광주일보 1면>가 결국 현실화 됐다.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중증 신생아를 돌보는 의료인력이 부족해 고위험군 임신부들이 서울 등 타지역으로 이송돼 분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광주지역 한 상급병원에 따르면 최근 고위험군 임산부 4명이 타지역 상급병원으로 이송돼 분만했다.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소아과 의료진 부족 때문이다.

이 상급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은 지난 11일 산부인과에 “32주 이하 미숙아 다태아분만은 타병원으로 이송을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32주 이하 미숙아, 다태아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면 소생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태아수에 맞춰 근무해야하지만, 의정갈등으로 인해 이를 담당할 의료진이 없어 타기관 이송을 요청한 것이다.

실제 이 병원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전문의 1명이 주중 주간에 근무하고 있고, 야간과 공휴일에는 촉탁의 4명이 순환하면서 1명만이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타병원도 의료진이 부족해 이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쌍둥이를 임신한 A(27주 4일)씨는 지난 2일 조기분만 진통으로 해당병원에 입원해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받던 중 지난 12일 분만이 임박했으나 NICU 사정상 타병원에 이송문의를 해야만 했다.

당일 광주지역 다른 상급병원을 비롯해 전국 13개 상급병원에 문의했으나 모두 ‘수용불가’였다. 하루 동안 겨우 버티다 13일 다시 전국 상급병원에 전원을 문의해 다행히 서울지역 상급병원으로 이송돼 분만을 하게 됐다.

쌍둥이 임신 31주로 지난 12일 입원한 B씨의 경우에도 조기분만진통으로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받았다.

지난 17일 오후 자궁수축억제제를 최고용량으로 투여했는데도 출산이 임박해지자 의료진은 전국 16개 상급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모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의료진은 자궁수축억제제(유토파) 추가 사용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B씨에게 고지하고 추가 투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B임신부도 당직근무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를 동반하고 서울 상급병원으로 전원됐다.

쌍둥이 임신 25주로 지난 4일 입원중인 C씨의 경우에도 지난 16일 초음파 검사결과 경부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분만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해당 병원 NICU 사정상 3일 뒤인 19일 서울지역 상급병원으로 겨우 이송됐다.

세쌍둥이를 임신해 타병원에서 선택적 유산 시술을 받고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18일 광주 친정집에 찾은 D씨의 경우에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선택적 유산된 태아를 분만하게 돼 119를 통해 해당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해당 병원 NICU사정상 입원이 어렵다는 판단에 응급처치를 거쳐 경기도 지역 상급병원으로 이송됐다.

NICU에 병상의 여유가 있어도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임신중독, 초미숙아(24~25주) 분만 임박, 양수터짐, 자궁내 감염, 태반 출혈 등의 고위험군 임신부는 급작스런 분만상황을 맞게 되면 결국 타지역으로 원정출산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광주지역 상급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군 신생아를 낳을 경우 관리를 할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고위험군 산모들의 분만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입원해 있는 임산부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관리로 대응을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하면 태아와 산모가 숨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