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농악 풍물패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청년들의 무관심에 풍물패 대를 이어온 대학가 풍물패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있는 실정에 남아있는 지역풍물패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전남대에 따르면 전남대 풍물놀이패는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해체됐다.

조선대 풍물놀이패는 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과대별 1000명 넘게 가입해 풍물패연합 수만 수천명에 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4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학교 캠퍼스에서 운동권 대학생들이 적극 참여해 이뤄졌던 대학 풍물놀이패의 역사도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풍물놀이가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되지 않고, 직업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에서 풍물패 활동이 저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내 캠퍼스에서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계속된 것도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조선대 풍물놀이패 회장은 “풍물놀이에 흥미를 갖고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매년 신입 회원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등록된 농악 풍물패도 쇠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과 마륵동, 칠석동 등 광산지역 농악인이 모여 1988년부터 활동해온 ‘광산농악보존회’는 광주지역 농악 무형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젊은 층의 유입이 없고 공연 기회조차 작아 보존회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풍물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10월 광산구에 전수교육관을 개관했음에도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아 전통을 이어갈 이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임방울 국악제 농악부분 대상을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은 ‘빛고을 영무장 농악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임방울 국악제 외에도 전주대사습놀이 등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했을만큼 실력이 있지만 연습실을 마련하지 못해 매번 학교 운동장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지원과 인프라 부족이 큰 문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호준 빛고을 영무장 농악단 사무국장은 “매 연습 때마다 50여명의 많은 숫자가 들어갈 수 있는 연습장이 마련돼 있지 않고, 별도의 금전적 지원이 없다보니 연습 때 수십명이 함께 밥 한끼 먹는 것도 버겁다”며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아 지정 농악단 외에는 실력이 있고 전통농악 계승 의지가 있어도 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나마 있던 젊은 층의 이탈도 많다는 것이 풍물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악단의 회원들은 대부분 40~50대로, 수입이 많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아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탓에 젊은 층의 이탈도 적지 않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 학교나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시립창극단원으로 활동하곤 하지만 광주지역에서는 직업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자리도 많지 않아 결국 생업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실력있는 농악인들은 광주를 떠나 수도권에 정착한다는 것이 장 사무국장의 말이다.

광주시 북구 용두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지산농악’의 정영을 대표는 “이제 농악단이 설 수 있는 무대조차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에는 행사나 축제에서 흥을 돋구는 농악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현재 농악단이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1~2번 뿐이고 행사의 흥을 돋는 역할도 이제는 농악단이 아닌 지역 가수 등이 꿰차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정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초등생 방과후, 수업시간에 농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공교육이 농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는데, 대부분의 방과후 학교가 컴퓨터 코딩과 같은 교육으로 대체돼 아이들이 농악을 접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