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노인자살예방 ‘내안애’ 프로그램 “효자네”
2024년 09월 22일(일) 18:40
도내 22개 시군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운영…체계적인 교육 후 실천에 주력
프로그램 시행전·후 평가 ‘우울’ 개선 큰 효과…‘불안’‘삶 만족도’ 등 호전

/클립아트코리아

#.화순군 백아면에 사는 70대 여성 A씨는 평소 자신의 감정 표현을 못하고, 남편 위주의 삶만 살다가 나이 칠십이 지나면서부터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세에 시달렸다.

또 다른 마을의 80대 남성 B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외부와 단절한 채 허망함과 고독함에 잠 못 이루다 죽을 결심을 수차례 반복하고 포기했다고 한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던 A씨와 B씨는 가족의 소개로 전남도 노인자살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프로그램을 통한 1년 간의 전문 강사 교육을 받은 이후 한층 밝은 삶을 찾게됐다.

노인인구 비율(26.67%)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도의 노인자살예방프로그램 ‘내·안·애(愛)·이하 내안애’가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을 돕는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22일 전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도내 65세 이상 어르신 총 1561명(2021년 545명, 2022년 491명, 2023년 525명)을 대상으로 ‘내안애’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우울·불안 해소와 기억력 증진, 삶의 만족도 등 평가 전 부문에서 프로그램 시행 전보다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살 주범인 ‘우울’ 부문의 평균 척도가 ‘고위험’ 수준에서 ‘정상’으로 낮아졌다. ‘내안애’는 ‘내가 안아주고 사랑할게’를 한자어를 넣어 줄인 말로,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남도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노인자살과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행복한 노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고·감정·행동의 변화에 도움을 주고자 2021년부터 매년 5회기로 나눠 ‘내안애’를 시행중이다.

프로그램 전·후로 시행한 우울·불안·기억력·삶의 만족도·사회적 지지·회복 탄력성 부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효과를 보인 것은 ‘우울’ 부문이었다. 복지센터는 척도 분포 0~15점대를 보인 ‘우울’ 부문에서 0~5점이면 ‘정상’, 6~10점은 ‘경도 우울’, 11점 이상 ‘심한 우울’로 규정했으며, ‘경도 우울’ 이상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3년 대상자 사전 조사에선 평균 척도 7.43점이었던 ‘우울’ 부문이 프로그램 시행 이후 ‘정상’권인 2.77점으로, 평가 부문 중 가장 큰 차이인 4.66점이나 향상되는 결과치를 보였다.

앞서 2021년 프로그램에서도 프로그램 참여군은 시행 전 8.23점(고위험)에서 4.06점(정상)을 기록했다. 반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사전 5.97점에서 사후 6.33점으로 되레 0.36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를 남녀로 구분한 2022년 프로그램 역시 사전 7.49점(고위험군)에서 사후 4.16점(정상)으로 낮아졌다.

2023년 프로그램부터 추가한 ‘불안’과 ‘기억력’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먼저 ‘불안’(0~21점대 분포)은 프로그램 사전 검사 4.2점에서 사후 1.38점으로, 주관식으로 진행된 ‘기억력 저하’(0~14점대 분포) 평가는 사전 4.66점에서 사후 2.61점으로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7~35점 분포) 부문은 2021년 18.50점에서 22.28점으로, 2022년에는 18.7점에서 21.75점으로 높아졌다.

스트레스 등을 극복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회복 탄력성’도 2021년 18.17에서 20.07점으로, 2022년 18.31에서 19.70점으로 좋아졌다.

교수·의료진 등의 전문가들이 구성한 ‘내안애’ 프로그램의 주제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1대1 교육 또는 집단 교육을 위해 양성한 강사 125명의 활약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실제 이들 강사들은 대상자들이 교육 후 내용을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과제물을 내주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등 어르신들의 정신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