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 유심 개통만 해줘도 불법 고의 인정
2024년 09월 22일(일) 18:30
광주지법 “대포폰 악용 위험 커”…1심 무죄, 항소심서 뒤집혀
타인에게 신분증 사본을 제공해 휴대전화 유심을 개통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될까.

1심에서는 범죄의 고의가 없다고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일명 ‘대포폰’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어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벌금형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성흠)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여·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3월 4일 인터넷에서 알게된 브로커에게 개당 7만원씩 받고 자신의 신분증 사본을 전달해 한달 동안 통신사에서 13개의 유심을 개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일부 유심은 게임아이템 구입을 위해 개통했고, 나머지 유심은 인터넷으로 알게된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자가 휴대전화 개통 실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해 개당 7만원을 받고 개통했다”며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개통한 총 13개 유심 중 2개는 실제 보이스피싱에 이용됐으나 11개는 범행에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유심 개통자가 ‘개통된 유심들을 가위로 하나하나 다 폐기했다’는 문자를 보낸 점 등을 고려해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심 개통시 처분권을 아무 조건 없이 위임 또는 이전할 경우 대포폰 등의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 이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반인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면서 “A씨가 성명불상자의 말만 믿고 자신 명의의 유심을 개통하도록 했고 반환을 요구하거나 해지하지도 않았던 점을 보면 미필적으로나마 자신명의의 유심이 타인통신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에 관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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