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농로 제한속도 20㎞…56.4㎞ 주행은 과실
2024년 09월 19일(목) 19:40
자전거 운전자 숨지게 한 차량 운전자 1심 무죄→2심 유죄
농로에서 자전거와 충돌해 운전자를 숨지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뒤집혀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정영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여·6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19일 오후 7시께 나주시 한 농로에서 마주오던 자전거와 충돌해 운전자 B(73)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전조등이 켜진 차량을 인지 할 수 있었고 사고 직전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A씨는 오로지 전조등에만 의존해야 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고현장 농로는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시속 20㎞로 설계속도를 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다. 농로는 농기구와 농어민 생산활동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자동차가 농도를 통행할 때 평상시 보다 더욱 속도를 낮춰 운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고당시 A씨가 고속도로 등을 제외한 1차로 도로의 일반적인 제한 속도인 시속 50㎞를 초과한 시속 56.4㎞로 주행해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 광주시·전남도지부의 감정결과로 추정한 차량속도에 따른 정지거리를 고려해 원심을 파기했다.

A씨가 피해자를 발견한 위치에서 충돌지점까지의 거리는 15.66m였고, A씨 주행속도상(56.4㎞) 정지거리는 31.4m로 측정됐다. 하지만, 시속 35㎞로 주행하였을 경우의 정지거리는 15.7m이고, 시속 30㎞로 주행하였을 경우의 정지거리는 12.7m이므로, 충분히 감속하고 주행 했다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시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고, 자전거에는 아무런 발광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사고 직전 B씨의 발견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보이긴 하나, B씨의 과실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A씨가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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