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안전 지키기…전쟁터 방불 응급실 쉴 틈 없다
2024년 09월 12일(목) 18:50
의료 공백 속 추석 연휴 광주 응급실 지키는 의사·간호사·구급대원
윤대흥 의사 - 명절 환자 2~3배…20년동안 연휴 마다하고 응급실 사수
박정은 간호사 - “누군가는 해야할 일…가장 위급할 때 즉각 도움돼야죠”
오진우 구급대원-쉴 새 없이 출동 또 출동…“응급환자 긴급 후송 최우선”

윤대흥 광주현대병원 응급실 의사

민족 대명절인 추석 명절에 친구·직장상사·동료 등에게 전하는 올해 명절 인사말 트렌드는‘아프지 마세요’다. 올 추석에 의료공백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응급실과 119안전센터에서 남다른 소명의식으로 광주·전남 지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챙기는 의료인과 구급대원이 있다.

◇2차병원 응급실 의사=광주현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윤대흥(45)씨는 20년 동안 연휴를 마다하고 응급실을 지켜 왔다.

올해 명절에도 이틀에 걸쳐 응급실 비상 대기 근무를 할 예정이라는 윤씨는 명절 근무를 앞두고 체력을 비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고 한다.

윤씨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응급실은 ‘전쟁터’가 된다. 광주현대병원 응급실은 10개 병상이 있으며 평일 기준 하루 평균 40~50명, 주말 80~90명이 찾아오지만, 명절연휴에는 200여명씩 밀려온다는 것이 윤씨 설명이다.

윤씨는 “명절 근무가 힘들어 사직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몸을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라며 “최근에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입원하지 못한 환자들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종합병원 등으로 밀려나오는 사례가 많아져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명절 전날 하루에 몰아서 가족을 만나고, 응급실로 복귀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가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광주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이라도 응급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윤씨는 “응급의학과는 일이 고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지원자가 없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은 광주현대병원 응급실 간호사
◇2차병원 응급실 간호사=광주현대병원에서 6년째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은(여·29)씨는 올해 추석 연휴 중 3일에 걸쳐 응급실 비상 대기 근무를 할 예정이나, “항상 하던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웃었다.

명절에도 주간 7시간, 야간 10시간씩 교대 근무를 서야 하지만, 박씨는 연휴 기간 휴무를 최대한 쓰지 않고 기꺼이 근무를 하겠다고 나섰다.

누군가는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번 명절이 여느 때보다 더 고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의 응급실 인력이 줄어들면서 중증 환자까지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경우가 잦아져 응급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는 퇴원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므로, 병상이 한정된 응급실이 포화되는 일이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과거 코로나 때도 응급실이 포화되는 일은 충분히 경험한 적 있다. 이번이 특별히 더 힘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당초 응급실 간호사를 자원한 것도 의료인으로서 응급 상황이 터지더라도 즉각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가장 위급할 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에 있는 의료진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의료 활동을 하겠다는 책임감을 원동력 삼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며 “응급실이 포화돼 치료가 다소 지체될 수도 있지만, 의료진을 믿고 치료 활동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진우 동부소방 대인119안전센터 구급대원
◇동부소방 구급대원=광주동부소방 대인119안전센터 구급대원인 오진우(43·소방장)씨는 명절 연휴를 앞둔 12일에도 쉴새없이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건의 출동을 마친 오씨는 10여분도 쉬지 못하고 다음 신고 위치로 출동하기 위해 구급차에 올라탔다.

오씨를 비롯한 광주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은 명절 연휴 동안 ‘특별 추석 경계근무’를 선다. 이 기간에는 소방관들의 연가가 제한이 되며 서장, 과장 등 고위 직급의 소방관들도 앞장서서 당직 근무를 하며 평소보다 안전 관리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오씨는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가족 단위로 이동하다 보니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이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구급대원으로서, 명절만 되면 평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번 명절에는 응급실 이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외래 진료가 안 되므로 응급실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인력이 부족해 구급 이송이 어려워진 데 따른 여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소방본부는 이에 대비해 명절에 진료 가능한 병원들을 질환별로 분류해 명단을 작성해 두었으며, 증상별로 즉시 이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을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 두었다고 한다.

오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심정지, 심혈관계 질환, 뇌혈관 질환 등 중증 환자들이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단순 복통이나 두통, 찰과상 등 경증 환자들은 가급적으로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상비약을 이용하되 연휴가 끝난 이후 외래 진료를 받으시기를 당부드린다. 위급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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