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가 되는 인과관계 -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4년 08월 26일(월) 07:00 가가
스페인 북부 바스크의 소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역시 명불허득이었다. 물고기를 생각하며 완성했다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은 목전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발하는 조각 작품 같았다. 그는 설계를 할 때 물고기의 비늘을 상상하며 항공기에나 쓰인 고가의 티타늄을 외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무모한 계획대로 두께 0.38 밀리미터의 얇은 티타늄 4만2875장으로 바람과 햇빛에 반응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완성되었고 당시 건축의 한계를 뛰어넘는 걸작이 탄생되었다.
대단한 것은 외형뿐만이 아니다. 로비에 들어서면 또 다른 전경이 펼쳐진다. 비정형의 내부 공간과 잘 들어맞는 현대 미술품과 그와 함께 어우러진 관람객의 모습이 압권이다. 전 층의 내부가 열려 있는 공간인 만큼 위와 아래를 동시에 관망할 수 있는 동선은 작품과 건축 그리고 관람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이 또한 놀랍도록 조형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지난해 미술관에는 약 1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관련한 일자리만도 5000개 이상이 창출되었다고 하니 과연 미술관 하나가 죽어가던 도시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신화가 될 만도 하다. 빌바오는 20세기 초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했던 항구 도시였다. 한 때 부유했던 도시는 제철과 조선 산업의 주요 자원인 철강이 고갈되면서 급격한 침체기를 맞게 된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실업율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과 더불어 산업화의 결과로 심각한 환경 오염까지 떠안았다. 이 뿐이 아니었다. 도시는 마약을 비롯한 심각한 범죄가 들끓었고 설상가상으로 도심이 2층까지 침수되는 대홍수로 도시는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홍수 피해로 인한 긴박하고 절실한 상황에서 빌바오는 도시 재생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시 재생을 시작한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문화 도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다. 세계적 문화도시로 비상한 빌바오의 부흥에 있어 사실 미술관을 짓는 일은 문화도시가 되는데 하나의 중요한 거점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빌바오는 미술관 건축을 위해 집행한 건축비의 8배가 넘는 돈을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네르비온 강의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는데 쏟아부었다. 또한 지하철과 트램, 수많은 다리를 지으며 보행로 확보 및 강변에 시민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무엇보다도 시민의 자긍심을 심는데 주력했다.
이처럼 빌바오의 부흥은 도시 삶의 개선을 중심으로 구겐하임미술관 외에 다수 프로젝트의 연계 속에서 상호작용한 결과다. 단지 하나의 거점 문화시설을 완성하고 가동시킨 결과가 아니라 모두가 나서서 빌바오에서 사는 삶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공력을 쏟아 이룬 재생이다. 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도시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년간 광주는 국가균형발전과 문화를 통한 미래형 도시모델 창출을 목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고 운영되면서 누군가는 전당이 만들어졌으니 문화도시조성사업이 거의 완수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야 시작이다. 모두가 나서서 도시환경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탐색하고 도시 재생에 끊임없는 관심과 공력을 쏟아야 한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좋은 공동체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공간 설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연결을 위한 도시의 가치와 미래를 조명했다. 그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부터 책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 그리고 물려주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는 당연히 그가 사는 도시로부터 세상을 유추했지만 나는 이 문장의 ‘세상’을 ‘광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광주 그리고 물려주고 싶은 광주는 어떤 모습인가.’ 살기 좋은 도시에는 당연히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지극히 당연한 인과관계다. 먼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며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는 일이 진정한 도시 재생이자 문화도시가 되는 길이다. 그럼 우리가 떼창하고 있는 광주의 지속가능성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이처럼 빌바오의 부흥은 도시 삶의 개선을 중심으로 구겐하임미술관 외에 다수 프로젝트의 연계 속에서 상호작용한 결과다. 단지 하나의 거점 문화시설을 완성하고 가동시킨 결과가 아니라 모두가 나서서 빌바오에서 사는 삶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공력을 쏟아 이룬 재생이다. 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도시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년간 광주는 국가균형발전과 문화를 통한 미래형 도시모델 창출을 목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고 운영되면서 누군가는 전당이 만들어졌으니 문화도시조성사업이 거의 완수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야 시작이다. 모두가 나서서 도시환경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탐색하고 도시 재생에 끊임없는 관심과 공력을 쏟아야 한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좋은 공동체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공간 설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연결을 위한 도시의 가치와 미래를 조명했다. 그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부터 책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 그리고 물려주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는 당연히 그가 사는 도시로부터 세상을 유추했지만 나는 이 문장의 ‘세상’을 ‘광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광주 그리고 물려주고 싶은 광주는 어떤 모습인가.’ 살기 좋은 도시에는 당연히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지극히 당연한 인과관계다. 먼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며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는 일이 진정한 도시 재생이자 문화도시가 되는 길이다. 그럼 우리가 떼창하고 있는 광주의 지속가능성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