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참깨 농사 징하게 힘들어라
2024년 08월 25일(일) 19:10 가가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장마 이겨내면 8·9월 땡볕 수확…들깨와는 천지 차이
장마 이겨내면 8·9월 땡볕 수확…들깨와는 천지 차이
농사일이 다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작물을 꼽으라면 단연 참깨 농사가 앞 순위에 선다. 우선 파종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보통은 모종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기에 작은 씨앗을 심어 싹 틔우기까지의 일이 보통이 아니다. 참깨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호마과 참깨속의 한해살이풀로 5월 초(5∼20일 사이)가 파종 적기로 알려져 있다. 남부지방은 4월 하순에 거름과 비료를 잔뜩 뿌린 이후 심으면 되고, 중부지방은 이보다 늦은 5월 상순 심어도 괜찮다. 하지만 요즘 기후변화로 1주일 정도 빨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파종 시기가 벼농사 시작과 겹치는 것도 참깨 농사를 그르치기 쉬운 요인 중의 하나다.
또 한참 자라는 시기와 꽃피는 시기(개화기)가 장마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참깨 농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참깨와 비(수분)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참깨는 또 6월 말에서 7월 중순에 꽃이 피고 8·9월에 수확한다. 꽃피는 시기(개화기)가 장마 기간과 겹쳐 병 발생이 증가하고, 늦게 여물기 때문에 최근에는 장마 기간을 피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농가가 늘고 있다.
불볕더위 속 수확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노지 고추와 함께 가장 더울 때 수확하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늘 한 줌 없는 폭염에 낫으로 참깨를 베어 묶어본 이들이라면 그 고통을 잘 알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다발로 묶어둔 참깨는 한 번에 털고 끝이 아니라, 최소 두 번 이상 세 번까지 털어야 수확이 완료되는데 그 기간 비가 오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큰비라도 오면 알맹이 썩을까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깨’라는 같은 이름을 쓰는 들깨의 경우 상황이 사뭇 다르다. 우선 생물학적으로 들깨는 호마과인 참깨와는 달리 꿀풀목 꿀풀과 들깨속 식물로, 동아시아 등지에서 식재료로 사용한다. 깻잎이 바로 들깨의 잎이다. 또 참깨로 짠 기름은 참기름이고 오메가3가 많이 들어간 들기름은 들깨의 열매로 짠다.
재배의 시기와 수확 방법 등 농사의 난이도 면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참깨가 심는 시기 등에 매우 민감하지만, 들깨는 심는 시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때와 장소 관계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다. 수확할 때도 참깨는 두세 번을 터는 반면 들깨는 한 번만 털어 쉽게 수확할 수 있다.
들깨는 생체시계가 정확한 식물이다. 심는 시기가 언제라도 꽃이 피는 날짜가 9월 중순으로 거의 일정하다. 들깨가 낮의 길이 변화를 감지해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란다. 이후 10월 초나 말경에 말린 뒤 열매를 털어 수확한다.
열매(씨)는 물론이고 잎을 주 수확물로 한다는 점도 다르다. 잎을 먹지 않는 참깨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잎 들깨는 주로 5월 상순에 파종해서 가을까지 수확하고 9월에 파종해서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하는 겨울재배로 나뉘는데, 겨울재배는 낮이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인공광을 통해 낮의 길이를 조절한다. 꽃이 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대로 기름을 짜기 위한 들깨의 경우 제때 꽃이 펴야 들깨를 얻을 수 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이름을 같이해서 그런지 “참깨가 좋네 들깨가 낫네”하며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참깨는 잎도 못 먹잖아”, “참기름이 진짜지”, “영양가는 들기름만 한 게 없지” 하면서 말이다.
‘사이 좋은 형제 자매’ 같아 보이는 두 작물을 감자와 고구마처럼 비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재배하기 까다로운 참깨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름 앞에 열매가 실하고 작물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에 다는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도 참깨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다.
땡볕에 수고하신 어르신들 앞에서 쓸데 없는 소리를 했다. 아무튼 “폭염에 참깨 수확하느라 참 고생하셨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bigkim@kwangju.co.kr
재배의 시기와 수확 방법 등 농사의 난이도 면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참깨가 심는 시기 등에 매우 민감하지만, 들깨는 심는 시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때와 장소 관계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다. 수확할 때도 참깨는 두세 번을 터는 반면 들깨는 한 번만 털어 쉽게 수확할 수 있다.
들깨는 생체시계가 정확한 식물이다. 심는 시기가 언제라도 꽃이 피는 날짜가 9월 중순으로 거의 일정하다. 들깨가 낮의 길이 변화를 감지해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란다. 이후 10월 초나 말경에 말린 뒤 열매를 털어 수확한다.
열매(씨)는 물론이고 잎을 주 수확물로 한다는 점도 다르다. 잎을 먹지 않는 참깨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잎 들깨는 주로 5월 상순에 파종해서 가을까지 수확하고 9월에 파종해서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하는 겨울재배로 나뉘는데, 겨울재배는 낮이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인공광을 통해 낮의 길이를 조절한다. 꽃이 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대로 기름을 짜기 위한 들깨의 경우 제때 꽃이 펴야 들깨를 얻을 수 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이름을 같이해서 그런지 “참깨가 좋네 들깨가 낫네”하며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참깨는 잎도 못 먹잖아”, “참기름이 진짜지”, “영양가는 들기름만 한 게 없지” 하면서 말이다.
‘사이 좋은 형제 자매’ 같아 보이는 두 작물을 감자와 고구마처럼 비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재배하기 까다로운 참깨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름 앞에 열매가 실하고 작물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에 다는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도 참깨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다.
땡볕에 수고하신 어르신들 앞에서 쓸데 없는 소리를 했다. 아무튼 “폭염에 참깨 수확하느라 참 고생하셨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