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내리고 옵션 지원에도…쌓여가는 미분양 아파트
2024년 08월 08일(목) 21:30
6월 미분양주택 1720호 전년 같은달 보다 168%나 늘어
분양가보다 싼 ‘마피’ 득세…건설사들 분양 마케팅 몸부림
광주 아파트 분양시장 실상

/그래픽=김민규 기자 shippingman30@naver.com

정부가 8일 내놓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철저히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춘 주택 정책으로, 지방의 부동산 시장 현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지역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와 전남의 경우 공급 과잉 문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 고분양가 등이 맞물리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상황인데, 이같은 지역 현실을 고려한 주택 정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수천만원대의 옵션 지원금, 계약금 인하 뿐 아니라 계약자 유지를 위한 자산관리 세미나, 입시컨설팅 등으로 계약자를 유치하려는 건설업체의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광주지역 미분양주택은 1720호로, 전년 같은달(643호) 16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의 미분양주택은 지난 2월만 하더라도 904호로 1000호를 밑돌았으나, 3월(1286건) 1000호를 넘어서더니 4월(1721호)과 5월(1707호) 연이어 1700호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역시 지난 6월 전년 같은달보다 4.8% 늘어난 3731호로 기록했다.

‘악성’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광주 262호, 전남 1627호로 여전한 상태다.

올 상반기 광주지역 청약 경쟁률도 1.72대 1에 머무르는 등 지역에서의 신축 아파트 수요도 극히 적은 상태다. 물론 평당(3.3㎡) 2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도 한 몫했지만, 광주지역 아파트 과잉 공급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분양에 들어간 단지들 중 분양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건설업체들은 갖은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다.

진통 끝에 올 4월 분양에 나선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경우 신통치 않은 분양 상황에 최근 계약자를 위한 멤버십 혜택을 내놨다.

매월, 매주 계약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혜택으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스카이박스 티켓, 프리미엄 영화관인 샤롯데 관람권 등을 내걸었다. 또 입시전문가를 초청한 입시 컨설팅과 자산관리 세미나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광주를 대표하는 단지인만큼 계약자들을 위한 이벤트로 멤버십 혜택을 내놨다고 밝혔지만, 결국 저조한 분양 상황에 계약자를 끌어모으려는 마케팅 수단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추진되고 있는 ‘운암 자이나포레나 퍼스티체’의 경우 옵션지원금 2000만원을 내걸었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 청약 결과가 좋지 못했었는데 결국 옵션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분양가 할인에 들어간 셈이다.

송암공원 중흥S클래스 SK뷰는 계약금을 500만원으로 낮췄다. 이 단지 사업자는 계약금을 1000만원에서 한 차례 낮췄다가 최근 500만원으로 또 낮췄다. 일반적으로 신축 아파트 계약금은 분양가의 10% 수준이다. 분양가를 고려하면 5000만원대이지만, 이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상황이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물건 중에 분양가보다 싼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가득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마케팅이 먹혀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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