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외국인 보호”…이주민수호천사 911쉼터 개소
2024년 08월 01일(목) 19:30 가가
아시아인권문화재단 광주시 광산구에…의·식·주거 공간 지원
벌써 10여명 입주 생활…가정상담·임금체불 등 해결 도움도
벌써 10여명 입주 생활…가정상담·임금체불 등 해결 도움도
#한국인 남편을 믿고 베트남에서 건너온 A(여·41)씨는 최근 머물 집이 없어 곤경에 빠졌다.
결혼 비자(F-6)를 받아 광주에 온 지 4년차인 A씨는 지난달 초 집 안 욕실에 남편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A씨와 두 딸들을 촬영하고 있던 사실을 발견하고 이혼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보복이 두려운 A씨는 두 딸과 함께 집을 나왔지만, 이국 땅에서 당장 하룻밤 지낼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B(여·45)씨도 1년동안 일하던 화순군의 한 농장에서 쫓겨나 갈 곳을 잃었다.
B씨는 지난 18일 밤 10시에 돌연 농장주로부터 근무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고,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기숙사 외에 쉴 만한 숙소도, 마땅히 돈도 없었던 B씨는 농장주에게 “하루만 더 재워달라”고 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광주·전남을 찾아온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들 중 A·B씨와 같이 긴급한 사연으로 하룻밤을 지낼 주거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정 불화, 임금체불, 폭력 등의 문제로 집이나 숙소에서 쫓겨나거나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지역 민간단체에서 거처 없는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보호 공간을 만드는 등 민간 차원의 대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시아인권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최근 광주시 광산구 산정동에 ‘이주민수호천사 911쉼터’(쉼터)를 정식 개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곳은 단기간에 거처를 정하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오갈 곳이 없는 외국인 주민들을 위해 의·식·주 및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쉼터다.
남성과 여성 쉼터를 별도로 분리된 공간으로 마련했으며 최대 수용 인원은 남성 15명, 여성 10명이다.
쉼터에 입소한 이들은 저마다 어려운 사연을 안고 있다.
베트남 출신 C(25)씨는 수년간 제주도에서 일용직을 하며 생활하다가 수 차례 임금을 밀리자 궁여지책으로 일거리를 찾아 광주로 왔다.
하지만 C씨는 광주에 온 첫 날부터 숙박할 곳을 찾지 못했다. 하루에 5~6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모텔 등 숙박업소를 가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C씨는 재단의 도움으로 911쉼터에서 머물면서, 재단이 연결해 준 고용노동부 구직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등 도움을 받았다.
최근 광주·전남에서도 이들처럼 거처를 잃고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정 불화 등으로 가출한 이주 여성의 경우 고발이나 폭력 등에 노출되기도 쉬워 안전한 쉼터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외국인주민 상담센터 ‘이주민수호천사 911콜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9년 520건, 2020년 851건, 2021년 1112건, 2022년 1413건, 2023년 1969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재단측은 “상담 사례 중에는 거처 문제와 직접 연관된 ‘가정상담’(338건), ‘사업장 갈등’(723건), ‘임금체불’(1190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거처 관련 상담을 해 오는 경우도 한 달 평균 60여건이 이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쉼터가 문을 열기 3주 전부터 이곳에는 갈 곳 없는 외국인 주민들이 몰려들어 1일 현재 10명이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재단은 쉼터에 입소한 외국인 주민들의 구직 활동을 돕고 구인 작업장까지 통역과 함께 동행하는 등 도움도 주고 있다. 기존 사업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불화로 인해 쫓겨난 경우, 사업장 대표와 외국인노동자 사이 상담과 조율 역할을 맡아주기도 한다.
주은표 재단 대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가정 폭력을 당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등 아픔을 겪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이 많다”며 “먼 타향에서 꿈을 안고 찾아온 외국인 주민들에게 잠시나마 휴식과 안정을 제공하고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며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광주에는 2만 5935명, 전남에는 5만 3506명의 등록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결혼 비자(F-6)를 받아 광주에 온 지 4년차인 A씨는 지난달 초 집 안 욕실에 남편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A씨와 두 딸들을 촬영하고 있던 사실을 발견하고 이혼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B(여·45)씨도 1년동안 일하던 화순군의 한 농장에서 쫓겨나 갈 곳을 잃었다.
B씨는 지난 18일 밤 10시에 돌연 농장주로부터 근무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고,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기숙사 외에 쉴 만한 숙소도, 마땅히 돈도 없었던 B씨는 농장주에게 “하루만 더 재워달라”고 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가정 불화, 임금체불, 폭력 등의 문제로 집이나 숙소에서 쫓겨나거나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시아인권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최근 광주시 광산구 산정동에 ‘이주민수호천사 911쉼터’(쉼터)를 정식 개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곳은 단기간에 거처를 정하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오갈 곳이 없는 외국인 주민들을 위해 의·식·주 및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쉼터다.
남성과 여성 쉼터를 별도로 분리된 공간으로 마련했으며 최대 수용 인원은 남성 15명, 여성 10명이다.
쉼터에 입소한 이들은 저마다 어려운 사연을 안고 있다.
베트남 출신 C(25)씨는 수년간 제주도에서 일용직을 하며 생활하다가 수 차례 임금을 밀리자 궁여지책으로 일거리를 찾아 광주로 왔다.
하지만 C씨는 광주에 온 첫 날부터 숙박할 곳을 찾지 못했다. 하루에 5~6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모텔 등 숙박업소를 가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C씨는 재단의 도움으로 911쉼터에서 머물면서, 재단이 연결해 준 고용노동부 구직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등 도움을 받았다.
최근 광주·전남에서도 이들처럼 거처를 잃고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정 불화 등으로 가출한 이주 여성의 경우 고발이나 폭력 등에 노출되기도 쉬워 안전한 쉼터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외국인주민 상담센터 ‘이주민수호천사 911콜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9년 520건, 2020년 851건, 2021년 1112건, 2022년 1413건, 2023년 1969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재단측은 “상담 사례 중에는 거처 문제와 직접 연관된 ‘가정상담’(338건), ‘사업장 갈등’(723건), ‘임금체불’(1190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거처 관련 상담을 해 오는 경우도 한 달 평균 60여건이 이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쉼터가 문을 열기 3주 전부터 이곳에는 갈 곳 없는 외국인 주민들이 몰려들어 1일 현재 10명이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재단은 쉼터에 입소한 외국인 주민들의 구직 활동을 돕고 구인 작업장까지 통역과 함께 동행하는 등 도움도 주고 있다. 기존 사업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불화로 인해 쫓겨난 경우, 사업장 대표와 외국인노동자 사이 상담과 조율 역할을 맡아주기도 한다.
주은표 재단 대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가정 폭력을 당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등 아픔을 겪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이 많다”며 “먼 타향에서 꿈을 안고 찾아온 외국인 주민들에게 잠시나마 휴식과 안정을 제공하고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며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광주에는 2만 5935명, 전남에는 5만 3506명의 등록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