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종합병원 3곳 중 1곳 ‘부실한 중환자실’
2024년 07월 31일(수) 19:55
심평원 적정성 평가 결과…광주·전남 28곳 중 1~2 등급 5곳뿐
전문장비·시설 없고 전문의료인력 태부족 지역환자 ‘의료사각’

/클립아트코리아

전남지역 종합병원 세 곳 중 한 곳은 중환자실 전문장비나 전문 의료인력 등이 없는 ‘부실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의료 현장의 필수분야인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2023년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대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총 종합병원 28곳(광주 10곳, 전남 18곳) 중 1~2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은 17.8%(5곳)에 그쳐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심평원은 지난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병원 303곳(상급종합병원 45곳, 종합병원 258곳)에대해 중환자실에서 적절한 인력, 시설을 구비하고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항목은 중환자실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 여부, 감염관리 활동 여부, 전담전문의·간호사 1인당 병상 수, 중환자실 사망률 등이다.

결과는 점수로 환산해 1등급은 종합 점수 90점 이상, 2등급은 70~90점, 3등급은 50~70점, 4등급은 30~50점, 5등급은 30점미만 등 5개등급으로 나뉜다.

평가 결과 광주는 1등급 2곳, 2등급 2곳, 3등급 5곳, 4등급 1곳이었다. 전남은 1등급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었고, 2등급은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3등급 10곳, 4등급 5곳, 5등급 2곳으로 대부분의 병원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각 권역별 1~2등급 병원 비율은 서울 74.5%, 경기 52.4%, 경상 36.3%, 충청 36.1%, 강원 33.3%, 제주 33.3% 등이었다.

특히 전남의 경우 총 18개 종합병원 중 4~5등급 병원이 38.8%(7곳)를 차지했다. 병원 세 곳 중 한 곳은 부실한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꼴이다.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 병원들의 평가 결과는 지역 병원 중환자실의 열악한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5등급을 받은 고흥종합병원은 아예 중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장비를 하나도 들여놓지 않았고, 중환자실 감염관리 활동조차 하지 않은데다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을 3.49개씩 맡는 등(동일 규모 병원 평균 1.00개) 업무 과부하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같은 5등급을 받은 해남종합병원 또한 중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장비와 시설 6종 중 1개밖에 구비하지 않고 있으며, 중환자실 감염관리 활동을 하지 않는 점 등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광주·전남 종합병원중 중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장비와 시설 6종을 모두 구비한 병원은 5곳 뿐이었다. 광주는 평균 4.1개를 구비하고 있었으며, 전남은 평균 2.6개만 구비하는 데 그쳤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배치된 경우도 손에 꼽았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중환자실에 임명·발령을 받은 상근 전문의로 중환자실 환자 관리와 입·퇴실 등을 전담하는 전문의를 가리킨다.

광주에서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배치한 곳은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서광병원, 광주보훈병원 등 5곳 뿐이었다.

이 중 광주보훈병원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가 52개에 달해 동일 규모 평균인 22.7개의 두 배를 넘는 등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상태였다.

전남에서는 화순전남대병원 1곳만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두고 있으며, 이곳 전문의의 1인당 담당 병상 수도 32개(동일규모 평균 20.3개)에 달했다.

이밖의 22개 병원(78.5%)에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광주·전남의 중환자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환자실이 낙후되면 지역민들이 큰 상해나 병이 생겼을 때 가까운 곳에서 제 때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의료 체계가 공고해지면서 지역에서는 중환자실 등 의료 인프라가 낙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운창 전남도의사회장은 “지역 의료가 낙후되기만을 반복하는 것을 막으려면 수도권 병상을 늘리는 것을 억제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역 의료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예컨대 지역의료 수가를 신설해 지역별로 수가 차등을 주는 식으로 지역에 남아있는 의료진에게 유인책을 줘야 투자가 늘고 의료 인프라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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