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보다 고운 ‘아침이슬’ 김민기 “나 이제 천상으로 가노라…”
2024년 07월 22일(월) 21:10 가가
저항의 상징…대학로 소극장 ‘학전’ 30년 이끈 작곡가 별세
위암 투병 향년 73세 세상 떠나
‘상록수’·‘늙은 군인의…’ 명곡 남겨
음악으로 독재정권에 저항
연극·뮤지컬 등 공연 문화 이어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결성 음반도
위암 투병 향년 73세 세상 떠나
‘상록수’·‘늙은 군인의…’ 명곡 남겨
음악으로 독재정권에 저항
연극·뮤지컬 등 공연 문화 이어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결성 음반도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아침이슬’ 중에서)
‘아침이슬’의 작곡자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년 이끌었던 가수 김민기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지병인 위암이 악화돼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
전북 익산에서 1951년 태어난 고인은 경기중·고를 졸업했다. 이후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그림이 아닌 음악에 몰두했다. 고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 듀오 도비도로 활동했으며 명동 청개구리집에서 공연을 펼쳤다. 당시 시대의 명곡 ‘아침이슬’이 탄생했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대학생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민주화를 염원했다. 시대상황과 맞물려 들불처럼 퍼져나간 ‘아침이슬’은 저항정신의 상징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침이슬’은 이보다 앞서 1971년 유신 정권 반대 시위 현장에서 불리면서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김민기는 대학 졸업 후 생계를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을 전전하기도 했다. 틈틈이 노래를 불렀지만 박정희 정권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 온전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음악으로 독재정권에 맞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84년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김민기는 다른 예술 장르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연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1983년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學田)을 개관한 후로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배출했다. 알려진 대로 학전은 배울 학(學), 밭 전(田)을 쓴 것으로 “못자리 농사를 짓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작은 논을 빗댄 ’ 말로, 이름처럼 후일 크게 성장할 예술가들의 토대를 닦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학전을 거쳐 갔다.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나윤선, 동물원, 강산에, 권진원, 유리상자 등이 이곳에서 노래를 했다. 특히 김광석은 학전에서 1000회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기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그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지난 2008년 4000회 공연을 달성했으며, 모두 4200회 이상 공연을 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가 무대를 거쳤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하며 공연 문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3월 15일 학전은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기에 이른다.
폐관 당시 그는 “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지역전문예술단체 디딤돌 백진선 음악감독은 “그의 음악은 우리 사회의 진실을 담아냈으며 지역 예술인에게도 위로와 영감을 줬다”며 “특히 ‘아침이슬’과 ‘상록수’는 한국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또한 “극단 ‘학전’을 통해 공연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가장 의미있는 업적”이라며 “앞으로도 그의 음악적 유산이 예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으로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으며, 24일 발인 예정.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아침이슬’의 작곡자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년 이끌었던 가수 김민기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지병인 위암이 악화돼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대학생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민주화를 염원했다. 시대상황과 맞물려 들불처럼 퍼져나간 ‘아침이슬’은 저항정신의 상징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김민기는 다른 예술 장르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연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1983년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學田)을 개관한 후로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배출했다. 알려진 대로 학전은 배울 학(學), 밭 전(田)을 쓴 것으로 “못자리 농사를 짓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작은 논을 빗댄 ’ 말로, 이름처럼 후일 크게 성장할 예술가들의 토대를 닦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학전을 거쳐 갔다.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나윤선, 동물원, 강산에, 권진원, 유리상자 등이 이곳에서 노래를 했다. 특히 김광석은 학전에서 1000회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기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그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지난 2008년 4000회 공연을 달성했으며, 모두 4200회 이상 공연을 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가 무대를 거쳤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하며 공연 문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3월 15일 학전은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기에 이른다.
폐관 당시 그는 “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지역전문예술단체 디딤돌 백진선 음악감독은 “그의 음악은 우리 사회의 진실을 담아냈으며 지역 예술인에게도 위로와 영감을 줬다”며 “특히 ‘아침이슬’과 ‘상록수’는 한국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또한 “극단 ‘학전’을 통해 공연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가장 의미있는 업적”이라며 “앞으로도 그의 음악적 유산이 예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으로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으며, 24일 발인 예정.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