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갇혀있는 듯…잔향과 반향 문제 등 점검과 개선 필요해”
2024년 07월 03일(수) 20:10 가가
전문가 및 시민 지적 이어져, 건축음향 재점검 및 숙의 필요성 지적
광주시 최근 전문예술극장 건립 자문위 발족…다목적극장 한계 절감
광주시 최근 전문예술극장 건립 자문위 발족…다목적극장 한계 절감
2년 6개월 간 리모델링을 끝내고 지난해 7월 재개관한 ‘광주예술의전당(전당)’이 음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향 문제에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 예산 평가는 물론 향후 ‘예향 광주’로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전당은 1990년대 이후 건립된 유수의 아트센터들이 대부분 ‘전용홀’로 지어진 것과 달리, 리모델링 이후에도 전 장르를 아우르는 ‘다목적 공연장’으로 설계됐다. 대·소극장 모두 뮤지컬·오페라·합창 등 전 공연장르를 실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장르를 100%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병존했다.
특히 음향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예술인, 관람객 등의 날 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개관 투어 당시부터 “음향 사운드가 앞으로 퍼지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이다.
전당의 한 유료회원은 “재개관 이후 교향악단, 필하모니 공연 등을 다수 관람했지만 공연장 정면 중앙부를 제외하고 전방, 측방 좌석 등에서 ‘음향의 공존’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영문 전당장은 “음향은 주관적 측면도 있을뿐더러,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음향이 안정화되는 경우도 있다”며 “좌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만큼 음향을 잘 점검해 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여 시간이 흘렀으나 전당의 무대에 선 공연자들과 관람객 사이에서 ‘보완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공연계에서 전당의 위상이 흔들리면 대극장(1732석)에 달하는 대규모 공연 수요 중 일부는 빛고을시민문화관(715석),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1056석) 등으로 과중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폐관으로 인해 지역 내 안정적인 음향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부족해진 점 또한 악재로 다가온다.
2015년 광주문화예술회관 혁신 TF팀 위원장을 역임한 성악가 임해철(호신대 명예교수)씨는 “전당은 타지역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지역의 공연장 수준과 척도를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재단장한 전당의 음향 문제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공연장은 10년 단위로 ‘음향 컨설팅’을 실시한다. 문제는 1985년 건립 당시부터 리모델링 시점까지 전당은 한 차례도 음향 컨설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 씨는 “당시 서울에 가서 음향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전당 좌석마다 음향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단무장 및 전국 문예회관장 등이 함께 ‘문예회관 컨설팅 보고서’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리모델링 당시 종합건설본부(가칭)가 보고서의 우려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전당 측에서도 나름대로 건축 음향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고, 그에 따라 소극장 음향은 가변형 음향반사판 등을 도입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다”며 “그러나 대극장은 성악 공연 등을 진행할 때 음이 잔류하는 ‘잔향’과 반사해 돌아오는 ‘반향’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는 리모델링을 통해 뮤지컬과 연극 등 모든 공연에 최적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국립극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LG아트센터가 뮤지컬의 ‘기계 음악’을 활용할 때, 흡음재 역할을 하는 커튼 장치로 음향문제를 보완하고 있는 사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리모델링 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A씨는 “전당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장인 만큼 음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지적되고 있는 ‘음향 문제’는 일부 공연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이 ‘무대의 퀄리티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전당의 음향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광주시립예술단 추선호 노조위원장은 “아파트에도 하자보수 기간이 있는 것처럼, 공연장 건축도 건립이 끝이 아니라 최소한 점검과 보완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존에 비해 공연장 건축음향만을 사용하는 교향악단, 합창단은 많은 단원들이 음향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추 씨는 얼마 전 전당 대극장과 통영에서 같은 곡으로 레퍼토리를 연주하면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시립합창단 또한 대구 콘서트홀 공연을 다녀오면서 잔향 등의 차이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물론 리모델링 이후 반사판을 교체하거나 3WAY 스피커로 교체하는 등, 노후화된 장비 자체를 개선하는 데서 오는 차이는 있었다고 한다. 잔향 또한 전당 측에서 제시받기로 데이터상 문제없다는 입장.
실제로 ‘광주문예회관 리모델링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전당 잔향시간/평균값은 대극장 1.4초(용적 1인당 10㎡), 소극장 0.9초(용적 1인당 9.8㎡)다. 리모델링 이후에는 반사판 미설치시 주파수별 평균 잔향시간은 1.44초였으며 반사판 설치시 1.53초까지 향상됐다. 오페라 전용공간은 주파수 500헤르츠(Hz)를 기준으로 1~1.5초까지의 잔향시간이 권장되는 반면, 오케스트라 전용공간은 500헤르츠 기준으로 1.9~2.0초 잔향시간이 권장된다
그러나 잔향에는 음향의 길이, 진폭, 감소비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고 단순히 ‘잔향의 유지’만으로 잔향감의 충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추 씨는 “관객들이 객석에 차 있는 상황에서 측정하는 잔향은 그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당 측에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잔향을 유지하는 데에는 공연장 외벽과 의자 재질, 플로어의 소재나 마감을 비롯해 내벽 건축 디자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대극장이 석재 형태로 벽면이 구성되어 있었지만, 현재 대극장은 나무 바 오브젝트에 푹신한 재질이 삽입된 형태다. 이 같은 구성이 흡음과 소리 전달의 효율적인 매질이 되는지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광주시향 관계자 또한 “리모델링 이후 연주를 진행할 때는, 반사판 뒤에서부터 2미터 가량 전진배치해서 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전처럼 뒤쪽에서 연주를 하면 후방부에서 ‘울림’이 발생해 정상적인 연주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전당 측은 “해외 유수의 아티스트 등이 전당 공연을 치른 뒤, 다른 다목적 홀에 비해서 음향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을 남겼다”며 “잔향값 또한 데이터 측정 결과 오히려 리모델링 전보다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음향 문제에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 예산 평가는 물론 향후 ‘예향 광주’로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향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예술인, 관람객 등의 날 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개관 투어 당시부터 “음향 사운드가 앞으로 퍼지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여 시간이 흘렀으나 전당의 무대에 선 공연자들과 관람객 사이에서 ‘보완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공연계에서 전당의 위상이 흔들리면 대극장(1732석)에 달하는 대규모 공연 수요 중 일부는 빛고을시민문화관(715석),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1056석) 등으로 과중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폐관으로 인해 지역 내 안정적인 음향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부족해진 점 또한 악재로 다가온다.
2015년 광주문화예술회관 혁신 TF팀 위원장을 역임한 성악가 임해철(호신대 명예교수)씨는 “전당은 타지역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지역의 공연장 수준과 척도를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재단장한 전당의 음향 문제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공연장은 10년 단위로 ‘음향 컨설팅’을 실시한다. 문제는 1985년 건립 당시부터 리모델링 시점까지 전당은 한 차례도 음향 컨설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 씨는 “당시 서울에 가서 음향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전당 좌석마다 음향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단무장 및 전국 문예회관장 등이 함께 ‘문예회관 컨설팅 보고서’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리모델링 당시 종합건설본부(가칭)가 보고서의 우려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전당 측에서도 나름대로 건축 음향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고, 그에 따라 소극장 음향은 가변형 음향반사판 등을 도입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다”며 “그러나 대극장은 성악 공연 등을 진행할 때 음이 잔류하는 ‘잔향’과 반사해 돌아오는 ‘반향’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는 리모델링을 통해 뮤지컬과 연극 등 모든 공연에 최적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국립극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LG아트센터가 뮤지컬의 ‘기계 음악’을 활용할 때, 흡음재 역할을 하는 커튼 장치로 음향문제를 보완하고 있는 사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리모델링 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A씨는 “전당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장인 만큼 음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지적되고 있는 ‘음향 문제’는 일부 공연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이 ‘무대의 퀄리티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전당의 음향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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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년 6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전경. <광주일보 자료> |
추 씨는 얼마 전 전당 대극장과 통영에서 같은 곡으로 레퍼토리를 연주하면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시립합창단 또한 대구 콘서트홀 공연을 다녀오면서 잔향 등의 차이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물론 리모델링 이후 반사판을 교체하거나 3WAY 스피커로 교체하는 등, 노후화된 장비 자체를 개선하는 데서 오는 차이는 있었다고 한다. 잔향 또한 전당 측에서 제시받기로 데이터상 문제없다는 입장.
실제로 ‘광주문예회관 리모델링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전당 잔향시간/평균값은 대극장 1.4초(용적 1인당 10㎡), 소극장 0.9초(용적 1인당 9.8㎡)다. 리모델링 이후에는 반사판 미설치시 주파수별 평균 잔향시간은 1.44초였으며 반사판 설치시 1.53초까지 향상됐다. 오페라 전용공간은 주파수 500헤르츠(Hz)를 기준으로 1~1.5초까지의 잔향시간이 권장되는 반면, 오케스트라 전용공간은 500헤르츠 기준으로 1.9~2.0초 잔향시간이 권장된다
그러나 잔향에는 음향의 길이, 진폭, 감소비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고 단순히 ‘잔향의 유지’만으로 잔향감의 충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추 씨는 “관객들이 객석에 차 있는 상황에서 측정하는 잔향은 그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당 측에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잔향을 유지하는 데에는 공연장 외벽과 의자 재질, 플로어의 소재나 마감을 비롯해 내벽 건축 디자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대극장이 석재 형태로 벽면이 구성되어 있었지만, 현재 대극장은 나무 바 오브젝트에 푹신한 재질이 삽입된 형태다. 이 같은 구성이 흡음과 소리 전달의 효율적인 매질이 되는지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광주시향 관계자 또한 “리모델링 이후 연주를 진행할 때는, 반사판 뒤에서부터 2미터 가량 전진배치해서 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전처럼 뒤쪽에서 연주를 하면 후방부에서 ‘울림’이 발생해 정상적인 연주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전당 측은 “해외 유수의 아티스트 등이 전당 공연을 치른 뒤, 다른 다목적 홀에 비해서 음향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을 남겼다”며 “잔향값 또한 데이터 측정 결과 오히려 리모델링 전보다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