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겉과 속이 다른 수박 다 이유가 있다
2024년 07월 01일(월) 08:30
잘 자라기 위한 변신…‘변절자’ 상징 아쉬워

/클립아트코리아

겉과 속이 다른 과일은 많지만, 대표주자는 역시 수박이다. 겉은 초록이고 속이 빨간 것이 유독 강렬한 대비를 이뤄 그렇게 불리게 됐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수박을 겉과 속이 다른 이 즉 ‘변절자’를 상징하는 과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농부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7~8월인 제철인 수박은 쌍떡잎식물 박목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열매가 대개 사람 머리보다 크게 덩굴에 맺힌다. 수분 함량이 높아서 땀을 많이 흘린 여름에 섭취하기에 좋다. 당분 함량은 수박 100g당 당분 6.2g인데 단맛이 강한 데 반해 당분 함량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수박은 왜 겉과 속이 다를까. 답은 식물이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다. 수박 껍질은 햇빛으로 양분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가 많아서 초록빛을 띠게 된다. 엽록소의 경우에는 바로 붉은색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보색인 초록색을 띠게 되는 것이란다.

여기에 수박의 줄무늬는 수박 껍질에 있는 비타민과 칼륨 등이 미네랄과 경쟁하면서 생긴 문신과 같은 것인데 12줄, 15줄, 17줄 등으로 일정하진 않지만, 줄의 숫자와 모양에 따라 수박의 영양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알 수 있어서 줄무늬가 많고 선명한 줄무늬를 가진 수박일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수박을 고를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반면 수박 속이 빨간 이유는 리코펜(Lycopene)이라는 붉은 과일에서 발견되는 색소로 수박이 어릴 때는 속살이 하얗지만, 점차 자라면서 리코펜이 많아져 빨갛게 변한 것이다. 수박의 껍질과 내부의 구성 성분 차이 때문에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인데 이 리코펜 때문에 붉은빛을 띤다. 리코펜은 또 다른 붉은 과일인 토마토에도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토마토를 붉게,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성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친김에 수박이 변절자라는 별칭으로 불려서는 안되는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더 접근해 보자. 박과인 수박은 하얀색이나 노란색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수박은 원래의 특성을 살리고 변화를 주기 위해 다양성을 선택해 육종에 성공한 ‘하이브리드’(hybrid·동물이나 식물 따위의 잡종, 혼종, 이종)의 대표주자다. 수박을 재배하려면 수박씨를 바로 밭에 심지 않는다. 수박 모종은 박이나 호박의 뿌리에 줄기를 접목해 만든다. 그래야 병에 강해지고, 더 튼튼하게 자란다. 강렬한 한여름의 햇볕 밑에서 박의 뿌리가 빨아들인 수분을 수박의 줄기로 이동시켜, 더 크고 단 수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순수성’을 고집했을 때보다 다른 종자를 하나로 합쳤을 때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것인데, 이게 바로 수박의 진실이다. 변절이 아닌 발전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사람의 진솔한 모습을 확인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겉과 속이 다른 수박 고르기는 역시 어려운 문제다. 농산물품질관리사로 표준규격을 토대로 등급을 판정하는 걸 배운다지만, 수박의 속은 정말 알 수 없기에 실수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좋은 소식이 전해진다. 최근 한 유통업체가 수박을 인공지능(AI)으로 숙성·당도·갈라짐 등을 사전에 판별해 판매하는 전략을 펼쳐 시선을 끌고 있다. 기존에는 어떤 수박이 달고 맛있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많아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AI를 활용해 이 같은 시행착오를 줄였다는 것이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 AI를 접목해 숙성 정도, 내부 갈라짐, 당도 등 수박 속 상태까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지름 50㎝도 안 되는 수박의 속 상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AI를 들이대는 세상인데, 열 길 물속 보다 알기 어렵다는 사람의 속을 알기는 오죽하겠는가.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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