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결산서 검사’ 하향…회계부정 감시 약화 우려
2026년 02월 18일(수) 20:50
광주시의회, 민간위탁사업 결산서 검증 기관 세무법인까지 확대
상임위 부결안 본회의 통과…조례안 절차·재정 통제 실효성도 논란

지난 9일 제34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광주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일부개정안’을 비롯한 28건의 안건이 통과됐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가 광주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에 대해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 수준으로 낮추고, 검증 주체도 기존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에서 ‘세무사 또는 세무법인’까지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결산서 검사’는 제출된 영수증이나 증빙 자료를 확인해 지출 내역이 형식적으로 맞는지 검토하는 수준이어서 회계부정을 실질적으로 적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8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9일 제34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귀순 의원(광산 제4지역구)이 대표 발의한 ‘광주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존 ‘결산서에 대한 회계감사’를 폐지하고 ‘결산서 검사’ 제도를 도입, 결산 검증 전문가 범위에 세무사 또는 세무법인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회계감사가 재무제표 전반을 검토해 추진 사업의 내용과 지출 타당성까지 확인하는 반면, 세무사는 이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민간위탁사업에서 목적 외 사용, 허위 정산, 내부거래 등 회계부정을 실질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병민 광주·전남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세무사는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결산서 검사로 명칭과 수준을 낮춰 조례가 개정된 것”이라며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업의 회계 투명성과 감독 수준이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타 자치단체에서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추세와 달리 광주는 사실상 검증 수준을 낮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민간위탁사업비 회계감사 제도를 강화하는 조례를 개정했고, 국회도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번 조례안의 처리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제338회 정례회 기간 행정자치위원회 상임위에서 세무사와 회계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시민적 공감대가 약하다는 이유로 부결된 사안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귀순 의원은 시의원 19명의 서명을 받아 해당 안건을 이번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했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이라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 시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는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안에 한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처리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그동안 민간위탁사업에서도 실질적으로 회계감사 보고서가 아닌 정산검증 보고서가 상용화돼 왔다”며 “정산검증 보고서는 세무사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민간위탁사업은 대부분 보조금 지침에 따라 집행되므로 매뉴얼대로 사용됐는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세무사에게도 검증 기회를 확대한 것”이라며 “이번 조례 개정은 회계사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회계사와 함께 세무사까지 선택권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행자위 소속 의원 4명이 상임위에서 직업 간 이견이 팽배해 확정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 부결된 것이기에, 전체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결정하자는 취지로 의원 서명을 받아 본회의 표결에 부쳤다”고 주장했다.

/도선인 기자 suni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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