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주청연요양병원, 예고도 없이 ‘환자들 나가라’
2024년 06월 25일(화) 20:00
사전 통보 않고 전원 조치…환자들 대체 병원 찾느라 ‘진땀’
서구 “갑작스런 폐업 결정 때문인 듯…행정적 제재 불가능”

서광주청연요양병원 환자 전원. /연합뉴스

법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의 한 요양병원이 돌연 입원환자를 전원조치하고 폐업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측의 예고 없는 전원조치에 대체 병원을 찾아나서는 등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25일 광주시 서구에 따르면 매월동에 있는 서광주청연요양병원은 이날 전체 413병상 중 입원환자 336명에 대한 전원 조치를 시행했다.

서구는 병원 측이 병원을 폐업 신고하기 위한 절차로서 입원환자 전원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병원이 2020년 광주 청연 메디컬그룹의 경영난으로 법인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원 과정에서 병원측이 의료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법상 병원은 폐업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관련 안내문을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돼 있으나, 병원 측은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들은 “보호자들끼리 소문을 듣고 전원 조치를 하러 병원으로 몰려들 때까지 병원 측은 전화로도, 문자 메시지로도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친을 해당 병원에 모시고 있는 이모(53)씨는 “어제(24일) 병문안을 갔는데도 전원 조치와 관련한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다. 간호사와 직원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남도 아닌 부모를 모셔놓은 보호자들에게 공지조차 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병원을 옮기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폐업이 결정돼 안내나 공고를 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원 조치의 경우 사전 승인사안이 아니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행정적 제재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25일부로 환자들을 전원조치하기로 결정했으며, 직원들도 이날 공지를 받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미처 통보하지 못했다”며 “폐업 여부와 폐업 일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서구는 병원 측에서 폐업 신고를 하면 입원환자 전원 여부, 진료기록부 관리 방안 마련 여부, 마약류 약품 처리 여부 등을 확인하고 폐업 신고를 수리할 방침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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