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 -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4년 06월 24일(월) 00:00
2014년 5월, 일본에서 발표된 ‘마스다 보고서’는 ‘향후 소멸할 가능성이’ 높은 시정촌 명단을 공개해 ‘지방 소멸’에 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 보고서의 영향으로 장래 지방 소멸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말자는 주장도 등장했고, 또 소멸로 거론된 지역은 어차피 소멸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 두자는 ‘포기론’도 제기되었다. 우리나라도 이 보고서의 분석 기법에 따라 소위 ‘지방소멸위험지수’를 개발했다.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지방 소멸론’을 주장하는 ‘마스다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한 책이 오다기리 도쿠미(小田切德美) 교수의 ‘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이다. 마스다 보고서는 2040년에 20세부터 39세까지의 지자체 단위 여성 인구가 현재의 절반 이하가 된 경우 ‘소멸 가능성 도시’로 정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소멸’의 원인으로 젊은 여성의 유출에 따라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소멸’이라는 용어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 인구 1만 명 이하가 되면 소멸 가능성이 아닌 소멸이라고 단정한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 부족, 그리고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를 예상하지 못한 점 등으로 지방 소멸의 근거에 대해 반박했다.

일본의 농산촌에서 고도 경제성장기 이후에 사람, 토지, 마을이라는 세 가지 공동화(空洞化)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취락이 소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농산촌 지역의 취락은 존속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취락에 거주하는 사람들, 특히 고령자의 ‘그곳에 계속 살아가려는 강한 의지’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마을주민,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지역 만들기’의 강력한 추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 지역 만들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농촌지역으로 이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자리 부족, 빈집 찾기의 어려움, 마을의 폐쇄적인 성향이라는 ‘이주과정에서의 3대 문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공통적인 해결과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를 억제하고 2060년까지 1억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2014년 12월 개최된 각료 회의에서 ‘마을, 사람, 일 창생 종합비전과 종합전략’을 발표하였다. 이 ‘종합전략’을 토대로 추진 중인 ‘작은 거점 만들기 사업’과 ‘지역부흥협력대 사업’에서 기대효과가 크다고 발표하였다.

첫째, ‘작은 거점 만들기’는 인구 과소화로 인해 생활서비스 기능 및 커뮤니티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농산촌지역 등에 거점 마을을 형성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비춰보면 몇 개의 마을 중 중심이 되는 1개의 거점마을을 선정하고, 공공·상업편의시설을 집적해 농산촌지역 등의 거주자들이 요구하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설치되는 주요 시설로는 버스 정류장, 우체국, 식료품 또는 일용품 판매점, 체육시설, 음식점, 초등학교 등이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작은 거점 만들기’를 시행 중인 시정촌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교부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면단위 과소 마을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데 있어 시사점을 주고 있다.

둘째, 일본 총무성은 인구 감소로 인한 시정촌의 소멸 및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층을 시정촌에 이주시켜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2009년도에 ‘지역부흥협력대’를 제도화하였다. 지역부흥협력대의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역부흥협력대 설치 요망 등을 계획하고, 직접 지역부흥협력대원을 모집해야 한다. 지역부흥협력원으로 선발된 청년대원은 보통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농산촌지역 등에 거주하며 농림어업 지원, 주민의 생산활동 지원 등의 각종 지역 협력 활동에 종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계약기간이 종료된 청년들을 해당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1970년대 초반 내가 자랐던 해남의 농촌마을은 50호 이상이 거주하였는데, 지금은 주택건물이 일부 철거되고 30호 정도 남아있다. 실제 살고 있는 가구는 10여 호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마을사람들은 서울, 광주 등 대도시로 떠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겠지’하며 허물어져가는 고향 마을을 지켜보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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