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추모의 무대로 하나되다
2024년 05월 15일(수) 19:10
5·18 모티브 전시·연극·행위예술
‘오, 메이 빽그라운드 공연예술제’
김근태 ‘오월, 별이 된 들꽃’ 전
연극 ‘노르망디’·‘한남자’ 등 다채

푸른연극마을이 2013년 상연했던 공연 ‘한 남자’. 행인들의 구두를 닦으며 살아가던 평범한 광주 시민 박용수는 5·18로 인해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다. <예술이빽그라운드 제공>

‘오월 시민군’이었지만 총을 버려두고 도망친 일로 40여 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김근태 화가. 삶과 죽음의 춤 ‘지신무’ 창시자 서승아 그리고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광주 5·18’을 모티브로 한 연극까지……. 행위예술,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광주 5·18을 추모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예술이빽그라운드(대표 이당금)는 제1회 ‘오, 메이 빽그라운드 공연예술제’를 오는 24~28일(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씨어터연바람 등에서 연다. 이번 예술제는 매년 5월마다 5·18 추모공연을 진행해 온 30년 경력의 지역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와 함께 마련했다.

이당금 대표는 예술제 명칭에 대해 “‘오, 메이’의 ‘오’는 감탄사이기도 하면서 ‘5월’을 상정하고, ‘오메이~’라는 말은 전라도 사투리인 동시에 ‘5월(May)’을 상징하는 중의적 뜻을 담고 있다”며 “반가운 친구를 부르는 것 같은 공연명에 ‘광주 시민 모두의 5·18’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투영했다”고 말했다.

먼저 김근태 화가의 ‘오월, 별이 된 들꽃’ 전을 오는 6월 8일까지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까지 진행하며 일요일·공휴일 휴관).

극단 ‘후암’이 2021년 선보인 ‘노르망디’ 한 장면.
5·18 당시 전남도청 문지기였던 김근태는 26일 밤 도망친 탓에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 왔다. 이후 고향 목포 고하도 공생 재활원에서 발달 장애인들을 모티브로 작업하며 인간의 공포, 생명 등에 천착해 왔다.

전시관에서는 공포의 딜레마에 사로잡힌 인물화 등을 볼 수 있다. 붉은 계열과 들꽃 같은 노랑, 초록, 파랑 등 다채로운 색채를 통해 영혼이 느끼는 공포와 순수를 캔버스에 형상화했다. 이 밖에도 근작 ‘BIO_영혼-생명 시리즈’ 일부도 전시관 한편을 장식하고 있다.

광주의 고통을 극화한 다양한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극단 후암의 연극 ‘노르망디’는 오는 24일(오후 7시 30분), 25일(오후 4시) 씨어터연바람에 ‘상륙’한다.

목포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여섯 명. 태어나서 섬마을을 떠나본 적 없던 이들은 현충일을 틈타 육지로 나가기 위해 부둣가로 몰려든다. 그 중 한 여학생은 광주에 살고 있는 언니 소식이 뜸해 직접 가보고 싶어 하고, 다른 학생은 광주 극단 오디션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광주에서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을 계속하자는 ‘강행파’와 목포에 머무르자는 ‘안전파’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5·18민중항쟁의 참상을 다룬 ‘노르망디’는 1980년 당시 고립돼 ‘섬’과 같았던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게 한다. 차현석 작·연출이며 최용민, 마승지, 문태수, 송경아 등이 출연할 예정.

이당금 연출작으로 오성완, 김도현 배우 등이 출연하는 푸른연극마을 연극 ‘한 남자’도 관객들을 찾아온다. 오는 26~27일 씨어터연바람에서 상연하며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에 관람할 수 있다. 극적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시놉시스는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구둣방을 지키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어느 날 저녁 생명보험회사 조사원이 찾아오면서 보험금액을 최고치로 조정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풀어낸다. 구둣방 남자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 경계심을 보이며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데…….

이 밖에도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지신무 창시자 서승아가 출연하는 ‘오월 부활제’도 행사 일환으로 오는 28일(오후 7시 30분)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유진규는 마임의 집, 유진규네 몸짓 대표를 비롯해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경력 50여 년의 한국 1세대 마임이스트다.

아울러 서승아는 일본에서 배웠던 행위예술 ‘지신무’를 우리나라에 토착화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자연 회귀의 본능과 위무의 의미를 담은 지신무는 5·18 상흔을 일정 부분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동 후불제(연극). 무료 관람(전시).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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