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연등문화의 역사, 백창호·오대혁 지음
2024년 05월 10일(금) 00:00
연등에 대한 깊이있는 조명…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다
“무엇을 웃고 무엇을 기뻐하랴. 세상은 끊임없이 불타고 있는데 그대는 암흑에 둘러싸인 채 어찌하여 등불을 찾지 않는가?”(‘법구경’ 146)

등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등불은 환하면서도 따스하다. 다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어두운 길을 비춰주기도 한다. 이미지도 다양하다. 커다란 붉은 감이 어두운 허공에 내걸린 듯 하며, 붉은 꽃송이가 둥둥 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초파일(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거리 곳곳은 연등으로 화사하다. 광주천에도 밤이면 불을 밝힌 등불로 거리가 따스하면서도 안온하다. 모양과 색은 다르지만 연등이 담고 있는 뜻은 깊고 풍요롭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한국의 연등회 역사를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연등문화의 역사’는 민속적 의미뿐 아니라 종교와 정치, 문학, 예술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연등을 살펴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연등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백창호 한국전통등연구원 원장과 한국전통등연구원 연구이사인 오대혁 ‘제주일보’ 논설위원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불교와 민속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와 논문을 써왔던 저자들의 시각은 연등에 대한 깊이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인도, 중국, 한국으로 이어진 수천 년 등불 역사를 다양한 학문과 예술 장르를 오가며 살펴본다.

한국전통등연구원에서 복원한 전등들.
저자들은 먼저 불과 등불, 연등의 문화사 등을 짚어본다. ‘연등’(燃燈)은 연꽃을 뜻하는 ‘연’(蓮)이 아니다. ‘불사른다’는 의미의 ‘연’(燃)이 쓰여 등불의 다른 이름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연등은 알려진 대로 연등놀이를 할 때 밝히는 등불 또는 사월초파일에 공양을 드리는 의미도 함의한다.

불교 연등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불교신자들이 불을 밝힌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 당나라 의정이 번연한 책에는 부처님이 불법을 전파할 때부터 연등회가 열렸다고 나와 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인도의 석가모니부처님(기원전 624~기원전 544)이 존재했던 시기부터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님은 난타 여인의 등불 공양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다. 화려하고 장엄하게 등불을 밝힌 이들보다 가난한 여인의 소박한 등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즉 전 재산을 등불로 바꾼 여인은 자신의 안락보다는 다음 생에서는 지혜 광명을 얻어 많은 생명의 어둠을 없애 달라고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다.

연등회가 인도에서 불교의례로 정착돼 꾸준히 이어졌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승려 법현이 405~411년 즈음 인도를 기행한 내용을 담은 ‘고승법현전’을 보면 연등 행사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즉 “바라문이 와서 부처님을 초청하면 부처님이 차례로 성으로 들어가서 성안에 머물며 이틀 밤을 지내는데 밤중 내내 등불을 밝히고 기악을 공양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연등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등불이 어떻게 정치권력과 연결되고 역사의 부침을 겪었는지를 들여다본다. 기복과 오락의 당나라 등불축제를 비롯해 백성과 함께 즐겼던 송나라 등불축제, 명나라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등불축제 등이 소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화와 민속에서 ‘불’이 지니는 함의는 다채롭다. 불을 사용한 흔적은 구석기시대부터 있어 왔으며, 무속의 굿마당에서는 등불이 활용됐다.

연등회는 9세기 신라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 불교의식의 주요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저자들은 “연등은 밤을 밝히는 도구를 뛰어넘어 우리 인류가 무엇을 도모해야만 하는지를 알려 준다”며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훌훌 벗어 버리고 소외된 곳을 밝게 비추고 지혜로써 지구와 인류를 구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연등은 오랜 세월 가르쳐 왔던 것”이라고 말한다. <담앤북스·3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