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사 관통하는 ‘행동하는 양심’을 만나다
2024년 05월 07일(화) 20:05
탄생 100년 ‘김대중, 다시 광야에서’
8월18일까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민주·인권·평화 ‘광주 정신’ 연계
사진·판화·잡지 등 역사적 자료 전시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오는 8월 18일까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김대중, 다시 광야에서’전을 연다.

“진정한 사랑과 자비는 인내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참기 어려운 모욕이나 멸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도저히 참지 못할 일을 만났다고 여겨질 때 자기감정을 객관화시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매우 필요합니다.”

올해는 ‘인동초’ 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의 삶은 광주, 광주정신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모진 역경과 고난을 감내했던 불굴의 의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한다.

제7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화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관장 최경화)은 오는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김대중, 다시 광야에서’를 연다.

기획전은 민주주의 역사를 관통하는 김대중의 생애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민주와 인권, 평화의 가치와 연계되는 광주정신을 톺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진, 판화, 잡지 등 당대의 생생한 역사적 장면들을 회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최경화 관장은 “김대중의 철학과 그가 지향했던 가치는 오늘 다시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역사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굴곡의 생애 어디에도 역사의 이름이 부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시 명칭 ‘다시 광야에서’는 이육사의 작품 ‘광야’(曠野) 제목을 모티브로 한다. 아득하게 너른 들을 포괄하는 ‘광야’는 고통과 고난, 인고를 함의한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의 ‘광야’는 김대중의 삶, 그리고 광주정신과 일정부분 접맥되는 부분이 있다. 일제 강점기 올곧은 민족정신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던 이육사의 삶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꿋꿋이 역경을 견뎌냈던 김대중의 삶은 ‘광야’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5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1부 ‘행동하는 양심’은 1987년 9월 광주를 초점화한다. 그해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수용과 김대중 사면·복권이 발표됐다. 16년 만에 광주를 찾은 김대중은 5·18망월묘역을 찾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무참하고 참혹한 시절을 견뎌야했던 광주시민들과 김대중의 해후는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극적인 울림을 줬다.

특히 87년 6월 항쟁에서 80년 5월 현장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는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전시실에는 ‘호헌철폐’라고 적힌 6월항쟁 머리띠를 비롯해 이상호 작가의 판화 ‘민중항쟁시리즈-중앙로 전투’ 등의 자료 등이 비치돼 있다. 판화는 광주 시내 곳곳에서 항쟁의 불꽃이 타올랐던 치열한 투쟁의 장면을 사실적이며 역동적으로 구현했다.

2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에서는 모진 여정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국민을 향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고향인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대한 기록, 목포공립상업고등학교 재학시절 사진, 제7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등 이후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이 펼쳐진다. 한편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엿볼 수 있는 면모, 문화강국과 지식정보화 사회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도 있다.

평화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을 기억하는 코너도 있다. 3부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 차별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고자 했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 6·15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상봉, 노벨평화상 수상 등과 관련된 자료는 김대중이 걸어온 가치 있는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뷰유진 학예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가 지향한 가치의 면면들을 더듬어 나갈 수 있었다”며 “1980년 5월 광주에는 김대중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정신은 5월 광주와 깊이 공명했고, 영원한 울림이 되었다”고 평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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