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을 좋아하세요?
2024년 01월 30일(화) 21:00 가가
마.피.아 In the Morinig(ITZY), 찐이야(영탁), Left & Right(세븐틴), Idol(방탄소년단)….
이들의 공통점은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샤워할때 듣는 신나는 노래들’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유명 패션 매거진 배너티 페어(Vanity Fair)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How Well Does BTS Know Each Other?’(방탄소년단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까)라는 제목의 방탄소년단 게임쇼 영상을 올렸다. 이날 진은 멤버들에게 “들었을 때 도저히 춤을 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노래는?”이라는 퀴즈를 내면서 갑자기 자신의 ‘샤워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시청한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너도 나도 ‘샤워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들을 찾아 들으며 스타의 ‘내밀한’ 취향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이처럼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은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뉴스’다. 평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지,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무슨 음악을 자주 듣는 지 등 모든게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TV 예능 프로그램에 입고 나온 ‘오빠’의 옷은 어떤 브랜드이고 가격은 얼마인지 순식간에 손빠른 팬들의 검색으로 밝혀진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임윤찬, 조성진, 손열음 등 유명 연주자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는 클래식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미국의 심리학 박사 샘 고슬링(Sam Gosling)은 자신의 저서 ‘스눕’(Snoop, 상대를 꿰뚫어 보는 힘)에서 ‘인간의 본능’이라고 갈파했다. 한 사람의 성격을 알고 싶으면 그가 지닌 소지품이나 자주 입는 패션 브랜드,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한다. 10년 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은 은연중에 사소한 물건이나 옷차림, 향수, 컬러링 등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이다. 여름 휴가 시즌이면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의 도서 리스트를 앞다투어 소개한다. 휴가기간에 읽을 책 목록을 통해 대통령의 지적 안목과 국정 방향 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애독서 10선’이 발간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대통령 리스트’들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고 김대중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독서 목록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매년 이맘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이들이 많다. 혹여 작심삼일로 끝날지언정 새로운 한해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근래 일부 MZ 세대들 사이에서 빵집이나 서점, 유명 전시회 등을 ‘순례’하는 게 하나의 챌린지처럼 퍼지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타인의 취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는 경계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스타나 유명인들의 ‘리스트’에만 맞춘다면 진정한 버킷리스트가 아닐 터. 올해는 타인의 추천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살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꾸미자.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 나들이는 필수다. 취향은 오랜 경험의 축적이기에.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이들의 공통점은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샤워할때 듣는 신나는 노래들’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유명 패션 매거진 배너티 페어(Vanity Fair)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How Well Does BTS Know Each Other?’(방탄소년단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까)라는 제목의 방탄소년단 게임쇼 영상을 올렸다. 이날 진은 멤버들에게 “들었을 때 도저히 춤을 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노래는?”이라는 퀴즈를 내면서 갑자기 자신의 ‘샤워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이다. 여름 휴가 시즌이면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의 도서 리스트를 앞다투어 소개한다. 휴가기간에 읽을 책 목록을 통해 대통령의 지적 안목과 국정 방향 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애독서 10선’이 발간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대통령 리스트’들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고 김대중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독서 목록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매년 이맘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이들이 많다. 혹여 작심삼일로 끝날지언정 새로운 한해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근래 일부 MZ 세대들 사이에서 빵집이나 서점, 유명 전시회 등을 ‘순례’하는 게 하나의 챌린지처럼 퍼지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타인의 취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는 경계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스타나 유명인들의 ‘리스트’에만 맞춘다면 진정한 버킷리스트가 아닐 터. 올해는 타인의 추천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살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꾸미자.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 나들이는 필수다. 취향은 오랜 경험의 축적이기에.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