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사물의 유래 찾아가는 인문학 오디세이
2024년 01월 26일(금) 17:00
일상 속에 숨어있는 뜻밖의 세계사
찰스 패너티 지음, 이형식 옮김
본래 우산은 중동에서 강렬한 태양빛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됐다. 우산의 어원인 라틴어 ‘그늘’(Umbra)에 흔적이 남아있다. 우산과 파라솔은 유럽에서 18세기까지 여성들의 액세서리였다. 미국에서는 그 후에도 여성들의 전용물로 인식됐다. 그래서 비가 오면 남자들은 모자를 쓰거나 비를 그대로 맞았다. 비를 피하려는 행동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남자들도 우산을 사용하게 된 것은 우산을 사랑한 한 영국신사의 평생에 걸친 ‘투쟁’ 덕분이다. 영국 조너스 핸웨이는 1750년부터 30년 동안 우산을 들고 다녔다. 마부 등 많은 사람들은 그를 나약한 사람으로 대하며 야유를 보냈다. 결국 영국 신사들도 그를 따라서 우산을 들고 다니게 됐다.

문화비평가 찰스 패너티가 쓴 ‘일상 속에 숨어있는 뜻밖의 세계사’는 일상 속에서 즐겨 사용되는 300여 가지 사물과 관습들의 유래와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부제는 ‘창문과 굴뚝에서 케이크와 에어컨까지, 우리 곁에 있는 그것들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이다. 책 구성은 ‘행운과 미신의 탄생’부터 ‘맛있는 음식, 달콤한 과자’까지 모두 16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찾아 읽어도 좋다.

‘엄지손가락 치켜세우기’ 제스처는 기원전 4세기 이탈리아 중부 에트루리아 검투사에게 ‘목숨을 살려주라’는 의미였다. 반대로 엄지 손가락을 밑으로 향하면 ‘죽음’을 뜻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사람이 죽음을 맞을 때 다른 손가락의 변화를 관찰해 나온 제스처이다.

2장 ‘생일, 결혼, 그리고 장례’에서는 결혼풍습과 결혼반지, 웨딩케이크, 웨딩마치, 흰 웨딩드레스, 검은 상복 등의 유래를 살핀다. 결혼식 때 하얀 옷을 입는 풍습은 16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됐고, 18세기 후반 결혼식의 표준색이 됐다. 장례식때 검은 옷을 입는 풍습은 ‘죽은 친척, 적, 또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애교점’은 천연두로 인해 생긴 곰보자국으로부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수단으로 붙여졌다. 오른 쪽 뺨에 붙이면 ‘결혼했다’, 왼쪽 뺨에 붙이면 ‘약혼했다’, 입가에 붙이면 ‘기꺼이 놀아나겠다’는 의미로 통용됐다. 백신 개발로 필요 없어진 애교점 상자는 콤팩트 분을 넣는 상자로 쓰이게 됐다.

안경과 선글라스, 콘택트 렌즈 유래가 눈길을 끈다. 안경은 13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발명됐다. 선글라스 기술은 15세기 이전 중국에서 개발됐다. 판관들이 법정에서 눈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다. 콘택트 렌즈를 최초로 제안한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눈의 코드’라는 책을 통해 물을 이용해 시력을 교정하는 콘택트 렌즈를 제안했다. 실용적인 콘택트 렌즈는 1877년 스위스 의사가 개발했다.

유럽 남자들은 18세기에 들어서야 우산을 사용할 수 있었다.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비오는 날’(1877년).
왕과 왕비, 귀족층에서 유래된 사물들도 흥미롭다. 하이힐은 프랑스 루이 14세가 유행을 주도했다.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구두 굽을 높인 하이힐을 애용했다. 이를 보고 귀족과 귀부인들도 굽 높은 구두를 신었다. 디저트 파이는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때 등장했다. 여왕은 고기·생선을 채우는 파이 대신 씨를 빼고 절인 버찌를 넣은 새로운 파이를 원했다. 영국인들은 검푸른 허틀베리를 넣은 새 파이를 좋아했고, 미국에서 ‘허클베리 핀’이라는 개구쟁이 이름으로 쓰였다.

새 책은 일상 속 사물로 쓴 세계사다. 한 사물은 한 개인의 발명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산물이다. 저자는 방대한 참고문헌과 폭넓은 취재를 통해 일상 속 서양문화의 유래를 찾는 인문학 탐사를 한다. 독자들은 두툼한 책을 읽어가며 한번쯤 궁금해 했을 일상 속 사물들의 유래와 역사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북피움·3만3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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