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한국 도시의 미래 - 김시덕 지음
2024년 01월 25일(목) 19:00
도시의 지나온 시간과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 모색
우리나라의 최고 화두는 인구 감소와 이와 연계된 지역 소멸이다. 출생률이 0.7%대에 이를 만큼 인구 감소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 부족은 단순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취학 연령 감소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언급한 대로 지역 소멸은 나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당연히 결혼 기피 현상과 맞물려 있다. 가정을 꾸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높은 집값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도시 아파트 값은 보통의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모든 문제와 연관된 중심에 도시가 있다. 어떤 이들은 도시를 부동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일견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도시는 땅과 집이라는 물리적인 요인 외에도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제반 요소들이 정교하게 결합돼 있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국 도시의 미래를 조망하는 책 ‘한국 도시의 미래’는 오늘의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개발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도시와 지역의 지나온 시간과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 등을 모색한다.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와 운남동에 수변 풍경을 제공하는 풍영정천. 2023년 8월.
저자는 도시문헌학자이자 도시 답사가인 김시덕 박사다. 그는 지금까지 지나간 시대의 흔적과 자취를 추적하며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 예측해왔다. 고려대 일본 연구센터 HK연구교수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저자는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한다. 인구 감소가 반드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구가 줄어 가장 큰 문제를 겪는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가 줄어드는 정치인과 행정가들”로, 자기 지역에서 인구가 많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 감소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가족주의, 남성주의, 순혈주의를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도심 바깥에 택지를 새로 개발하는 대신 기존 도심을 압축도시(콤팩트시티)화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즉 지역을 도·시·군 단위와 같은 면적으로 상정하면 도시 미래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의식해 단위만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행정가와 달리 사람들은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선적(線的)으로 살아간다.

저자는 행정 단위로 지역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취한다. 언급한대로 활동 반경이 경계를 넘어 확장되기 때문이다. 행정 단위가 아닌 3대 메가시티와 6개 소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식을 취한 것은 그 때문이다.

3대 메가시티는 대서울권, 동남권, 중부권으로 나뉜다. 먼저 대서울권은 서울시를 중심으로 강원도, 충남 일부 도시부·공업지대를 포함한다. 동남권은 북한 공격에 안전한 콤비나트 지역이며 중부권은 국토의 중심이자 국가기관이 집중된 곳이다.

저자는 100여년 개발 역사, 현지 답사를 매개로 3대 메가시티를 조명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의 이해관계와 갈등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들여다본다.

6개의 소도시권은 다음과 같다. 대구-구미-김천 소권, 동부내륙 소권, 동해안 소권, 전북 서부 소권, 전남 서부 소권, 제주도로 나뉜다.

저자는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떤 이해관계도 관련돼 있지 않다고 언급한다.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권들을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책에는 300여 개의 사진, 30여 개의 도시 개발 자료, 국내외 주요 기사, 해외 토픽 등도 담고 있어 보는 맛, 읽는 맛을 준다.

저자는 “국토가 좁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압축도시 건설,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정치와 행정이 자신의 삶과 자기가 사는 도시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이러한 각자도생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레스트북스·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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