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가 산으로 간 까닭은?
2024년 01월 21일(일) 19:05
조성두 작가 장편소설 ‘산으로 간 고등어’ 펴내
소설가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오랫동안 내면 깊숙이 묵혀두었던 소재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창작의 욕구로 발현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현실에서 부딪힌 어떤 부조리가 소설의 질료가 되기도 한다. 또 어느 때는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에 꽂히거나 미술 전시를 관람하다가 이색적인 그림을 보다가 상상의 자극을 받는다.

조성두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게 된 것은 사뭇 이례적이다. 그는 “아는 지인의 식당에 갔는데 그곳의 이름이 ‘산으로 간 고등어’였다”며 “맛집으로도 유명한 데다 올곧은 외식 철학을 갖춘 그 집 이름에 꽂혔다”고 한다.

조성두 작가가 최근 펴낸 장편 ‘산으로 간 고등어’(일곱날의 빛)는 이색적인 제목만큼이나 작품 또한 흥미롭다.

주요 서사는 1800년대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1801년 신유년을 비롯해 1903년 기해년, 1866년 병인년을 오가며 충북과 경북 일대에서 발생했던 순교의 현장을 담고 있다.

소설은 신앙의 박해를 피해 산속에 숨어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전과 옹기를 굽고 살던 산골마을에 고등어를 든 소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산골 소녀 초향, 봇짐장수 아들이자 간잡이 소년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 어떤 비극성을 내포한다.

김동희 도서관 사서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지며 빠르게 펼쳐진다. 시적 감수성 넘치는 표현과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연주하는 ‘고등어 변주곡’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고 평한다.

한편 조 작가는 “어머니의 고향을 소재로 잃어버린 우리 정신사의 한 편을 찾고 싶었다”며 “집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위해 그래서 역사, 특히 박해의 역사를 다뤘다”고 언급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교육과 방송 미디어 쪽에서 일을 했으며 이후 사업을 했다. 향후 생명과 섭리, 소망, 소명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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