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성 소설가 첫 작품집 ‘보스를 아십니까’
2024년 01월 21일(일) 16:05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의 문제 밀도있게 그려
고등학교 졸업반부터 신춘문예에 투고할 만큼 오랫동안 소설을 꿈꿔왔던 이가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첫 소설집을 펴냈다.

그동안 문학청년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금융회사에 입사에 생활을 좇으며 살았다. 그는 “빠르게 돌아가는 자본주의 첨병인 직장에서 소설은 가끔 생각나는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먀 “그립고 아쉬웠으나 곁에 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생활 12년 차에 심하게 앓닸다. 말하자면 번아웃증후군에 감염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소설을 구성하고 있었다”며 “그때부터 가슴이 조금씩 다시 뛰었다”고 덧붙였다.

40여 년의 세월 동안 그의 내면을 지펴왔던 문학이라는, 소설이라는 ‘열정’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김만성 작가가 최근 ‘보스를 아십니까’(보민출판사)를 펴냈다.

‘보스’, ‘서킷브레이크’ 등 7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은 공교롭게도 1인칭 시점을 활용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1인칭은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를 겹쳐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소설이 창작의 산물임을 가정한다면 동일화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주인공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적인 부분이 투영돼 있을 수 있다.

문순태 소설가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 자신의 욕망과 강한 삶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기 때문일 수 있다”며 “소설의 주제를 통해 자아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은 대체로 ‘자본주의 탐욕과 공포’를 모티브로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욕망이라는 ‘덫’에 침윤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제작 ‘보스를 아십니까’는 개인의 윤리, 자본주의 윤리의 대립 지점을 초점화하고 있다. 51년째 구둣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신문에 이색 후계자를 모집한다. ‘50년 구두닦이, 외길로 번 40억 원 어떻게 쓸 것인지를 면접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문에 광고가 나가고 난 후 면접 희망자가 몰려들고 사람들은 자기를 뽑아달라고 어필한다. 그 사이 주인공은 구두닦이에서 사장님, 회장님으로 승격돼 있다.

문신평론가(우석대 교수)는 “김만성의 소설은 자본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의 내면을 통해 인간의 윤리가 한 줌의 재에 불과한 사실을 압도적으로 각인시킨다”고 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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