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책 편지 - 해방의 밤
2024년 01월 21일(일) 08:00 가가
은유 지음
작가와 그가 쓴 책을 견주어 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과 꼭 닮은 작가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몇 년전 전남대에서 은유 작가의 강연을 접했을 때, 딱 그마음이었다. “책과 사람이 참 같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상대를 깊이 헤아리는 진득한 마음이 담긴 그의 책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은유 작가의 새 책 ‘해방의 밤-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을 ‘쓰기’의 세계로 이끌었던 책 ‘쓰기의 말들’의 저자인 그가 ‘읽기’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읽는 사람이 되고부터, 즉 고정된 생각과 편견이 하나씩 깨질 때마다 해방감을 느꼈기에 더디 걸리더라도 배움을 통한 해방은 내적 평안에 기여하고 낯빛과 표정을 바꿔놓는다”고 믿으며 “책으로 삶을 해석하고, 삶으로 책을 반박해 덩어리진 생각에 질서와 문장을 부여하며” 써내려간 글들이다.
1부 관계와 사랑, 2부 상처와 죽음, 3부 편견과 불평등, 4부 배움과 아이들로 나눠 묶은 ‘해방의 밤’에 실린 책들은 “나를 살린 책들이라면 남들도 살릴 수 있으리라는 간곡한 마음으로” 그가 “우리 생의 윗목에 두고 간 ‘독서의 보물 지도’다.” 그는 삶의 질문들에 대한 힌트는 늘 시간과 책에서 왔다고 말한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책기둥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저자는 “때론 헛수고와 헛걸음으로 우연 앞에 나를 풀어둘 줄도 알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존재의 해방구인 ‘밤’은 “웅크린 존재의 등이 펴지는 만개의 시간이자, 존재를 회복하는 시간, 다른 내가 되는 변모의 시간”이기에 그가 소개하는 50여권의 책을 들고 함께 사유의 여행을 떠나도 좋다.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삼십 오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라고 말하는 첫 문장에 압도당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리베카 솔닛의 ‘세상에 없는 나의 기록들’은 “전진하는 것은 후퇴할 수 있고, 닫힌 것이 다시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고, 김수우·김민정의 ‘나를 지켜준 편지’는 “만나는 순간 충분히 진실했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이, 느슨한 대로 단단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과 청년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외친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선생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도움 받은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로 이어진다.
‘책에 관한 책’이 갖는 미덕 중의 하나가 책장에 꽂아둔 책을 들춰보게 만들거나,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낯선 책을 만나는 것이라면 ‘해방의 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창비·1만 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삼십 오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라고 말하는 첫 문장에 압도당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리베카 솔닛의 ‘세상에 없는 나의 기록들’은 “전진하는 것은 후퇴할 수 있고, 닫힌 것이 다시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고, 김수우·김민정의 ‘나를 지켜준 편지’는 “만나는 순간 충분히 진실했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이, 느슨한 대로 단단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과 청년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외친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선생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도움 받은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로 이어진다.
‘책에 관한 책’이 갖는 미덕 중의 하나가 책장에 꽂아둔 책을 들춰보게 만들거나,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낯선 책을 만나는 것이라면 ‘해방의 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창비·1만 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