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성·풍부한 상상력 담긴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
2024년 01월 20일(토) 11:14
제 5회 동주해외작가상 수상 한혜영 시인 동시집 펴내
미국 거주 작가 “아름다운 노래로 기쁨과 위로됐으면”
동주문학상과 동주해외작가상은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다. 광주일보와 ‘시산맥’이 함께 운영하며 모국어를 사랑하고 윤동주의 시를 흠모하는 많은 해외의 시인들이 한번쯤 받고 싶은 상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2020년 제 5회 동주해외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혜영 시인은 “이민을 와서는 디아스포라의 무게감이 더해진 감성으로 윤동주의 시를 대한다”며 “고국이 아닌 곳에서 나처럼 외로웠을 시인 생각만으로 윤동주의 시는 성큼 가까워졌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990년 가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이민을 떠나 올해로 35년째를 맞은 한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11월호)에 시가 추천이 됐으며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이에 앞서 1989년 ‘아동문학연구’에 동시조가 당선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혜영 시인.
한혜영 시인이 이번에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상상아)를 펴내 눈길을 끈다.

동시집은 흔한 소재임에도 시인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아기 새가 아파트 복도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부화한 새가 이소하다가 잘못 된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가쁜 숨을 할딱거리는 아기 새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서둘러 물을 먹이고, 미숫가루를 타서 주사기로 먹였더니 다행히도 기운을 차렸습니다.”

시인이 이번 작품집을 펴내게 된 배경이다. 그는 아기 새는 다른 새의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한다는 똘똘한 새였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이름을 ‘똑순이’라고 지어주었고 얼마 후 똑순이를 자연으로 날려 보내주었지만 문득문득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쓰는 동시도 똑순이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물과 먹이를 주어 똑순이를 길렀다면 동심은 시적 상상력으로 길렀다”고 언급한다. 서툴던 똑순이의 노래가 날마다 연습을 거쳐 아름다운 노래로 완성이 된 것처럼 동시도 그렇다는 얘기다.

“나이 많은 집게들은/ 늙은 사자처럼 이빨이 시원치 않다/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젊은 사자처럼/ 꽉!/ 물고 있어야 하는데/ 빨래가 조금만 몸부림쳐도 놓쳐버린다//주인아줌마가 그런 집게들은/ 쏙쏙 골라서 치과로 보내버리고/ 우리처럼 탄탄한 이빨을 자랑하는 집게들은 쉬는 날이다…”

위 표제시 ‘치과로 간 빨래집게’는 수명이 다한 빨래집게들은 치과로 보내지고 아직은 쓸 만한 집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쉬고 있다. 빨래집게를 통해 우리 삶의 어떤 단면을 비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편의 맑은 동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시인은 “똑순이가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갔던 것처럼 이제는 나의 시들을 세상으로 날려 보낸다”며 “많은 독자를 만나 아름다운 노래로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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