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울렁임…아이들 삶의 태도와 유사” 김상조 시인
2024년 01월 15일(월) 19:40
2024 꿈을 쏘다 <2>
유아교육 전공…임용 준비하며 창작
네번째 시집 ‘시 바람 느끼기’ 발간
‘공기’소재…쾌활함 느끼길 ‘바람’

김상조 시인

“시와 아이들과의 사이엔 근원적인 부분에 있어 공유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처음 시를 썼던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알 수 없는 울렁임 때문이었죠. 시를 통해 표현하고 나면 그 울렁임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죠. 아이들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얽매임 없이 마음의 끌림에 따라 세상의 것들에 경탄하고 나아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놀이로 표현하잖아요.”

김상조 시인(30)을 만나면서 천상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내면과 시를 향한 진정성이 어린아이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대학(전남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색적인 경력도 눈에 띄었다. 유아교육하면 대부분 여학생들이 전공하는 분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금남의 벽’을 깨고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공부를 마쳤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김상조 시인에게는 그렇게 유치원 교사라는 목표와 시를 창작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와 감성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그가 최근 네 번째 시집 ‘시 바람 느끼기’(천년의 시작)를 펴냈다.

시는 모두 22편이다. 2편의 장시와 1편의 옴니버스 형식의 시까지 모두 22편으로 구성돼 있다.

“등단은 지난 2019년 ‘포엠포엠’으로 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시 쓰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이때가 아니면 시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작에 매달렸죠. 남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저는 불안감을 안고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 시를 썼어요.”

오늘의 시대에도 이렇게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는 청춘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한두 번 도전하다 성과가 없으면 발 빠르게 진로를 바꾸거나, 돈이 되지 않는 문학 쪽으로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등단이 되고 나니까 너무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2~3년 더 시에 정진해보자는 생각에 창작에 몰두했다”며 “그러나 문득문득 현실적인 문제에 사로잡히다 보니까 불안할 때가 많았다. 어느 땐 ‘이것을 놔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시와 함께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을 왜 ‘시 바람 느끼기’라고 했을까. 그는 독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기’를 잘 호흡하고 ‘바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전개했다. 공기가 주는 쾌활함과 생산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가 고향 해남을 한두 달에 한번 씩 내려갔다 오는 이유도 어쩌면 청정한 고향의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시인은 해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대학을 오면서 광주로 올라왔다. 어머니가 싸 주시는 쌀을 비롯해 이런 저런 시골 반찬은 ‘근기’를 키워 주는 근원적인 ‘바람’과도 같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의 막막함이 밀려올 때는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는지 궁금했다. 문학이라는 짐을 지고 청춘의 강을 건너가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을 터였다. 시인은 “천천히 산책하면서 휴대폰이나 테블릿으로 시를 읽거나 책을 읽는다”며 “시를 읽으면서 보게 되는 주변의 풍경은 전혀 다른 장소와 공간으로 다가와 가슴을 뛰게 한다”고 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계속 들어가본다. 그러자 곧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부드러운 눈길로 시집을 읽어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무슨 시를 읽고 있는 걸까? 가까이에 있는 한 진열대를 훑어보니 ‘수ㅁ 하고 길게 발음하면’ ‘어떤 웃음은 ‘꽃잎 동영상’ 등 감성을 자극하는 시집의 제목이 보인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권을 집어 본다.”(‘시 바람 느끼기’ 중에서)

표제시 ‘시 바람 느끼기’에는 시인이 말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식과 표현들이 담겨 있다. ‘지울 수 없는 평화의 박동’ 같은 이미지나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러나 찬찬히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곤고와 짙은 자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

해설을 쓴 최류빈 시인은 “‘공기’라는 소재가 한편으로 쾌청한 이미지가 연상돼 미려한 세계를 탁본하기에 좋은 이미저리인 것 같다”며 “허나 시집 전편에서 공기를 관류하는 시인의 발화는 역설적이게도 ‘처연’하다”고 평한다.

시인은 이제 또 다른 창작의 여정에 돌입했다. 그는 어떤 대상에 대해 온전히 자신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표현할 수 있는 시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내게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도 있지만 시를 쓴다는 그 자체로 족합니다. 수년간 애정을 쏟으며 시를 썼다는 사실에 뭉클해질 때가 있어요. 지금까지의 시간이 결코 의미가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불안도 외로움도 많이 겪었지만 한편으론 창작을 하며 그것을 다스리고 극복할 수 있는 힘도 길렀으니까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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