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동시집’ 펴낸 보성 출신 염창권 시인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
2024년 01월 08일(월) 11:30
첫 동시집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염창권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시와 시조, 동시, 평론 등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대학에서 예비 교사를 가르치는 그에게 글쓰기는 중요한 부분이다. 범박하게 말하면 시와 시조, 동시, 평론 등은 모두 ‘글쓰기’로 수렴된다.

그가 다양한 방면의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학교 현장과 학교 밖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모른다.

이번에 염 시인이 첫 동시집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상상아)를 펴냈다.

그는 “스물 둘, 다섯, 여덟 살 초등학교 교사 시절 점심시간이면 아이들과 어울리며 공을 차고 놀았다”며 “그때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한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실수투성이였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대학 교수로 근무하면서는 어린이들 세계와 멀어졌다. 시와 시조 위주로 글을 쓰다 보니 동시를 쓸 기회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염 시인은 “오래 전 학원이 없는 시골 학교의 오후 교실에서 어린이들은 원고지를 메우거나 켄트지 위에 물감을 칠했다”며 “이번 작품집은 당시를 떠올리며 동시를 다시 쓰기로 다짐하면서 펴낸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밝혔다.

이번 창작집의 특징은 ‘이야기 동시’라는 데 있다. 현실에서 건져 올린 소재를 모티브로 어린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상상을 시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곁눈으로 견제구를 날리던/ 잡종견 망치는, 금세 다 먹고/ 혀를 내밀어 코를 닦더니 소파 밑으로 들어간다.// 띵동!/ 일주일에 한 번뿐인 배달 시간,/ 치킨을 보는 순간/ 나에게도 곁눈이 생긴다./ 누가 몇 개 먹는지 다 세어진다.// 이럴 땐,/ 저기, 드러누워 날 관찰하는/ 망치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중에서)

위 시에는 ‘망치’라는 개를 이해하고자 하는 화자의 따스한 심성이 담겨 있다. 망치의 본능 기저에는 야생에서의 기억이 드리워져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음식을 먹지 않으면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화자 또한 치킨이 배달되면 “누가 몇 개 먹는지 다 세어진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망치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타자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전이된다.

보성 출신 염 시인은 “어린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이상 친구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데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며 “이 동시집에는 어린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소망하는 마음이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염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지금까지 ‘오후의 시차’, ‘한밤의 우편 취급소’, ‘존재의 기척’ 등 다수의 창작집과 평론집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