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행, 북만주·삼강평원에 걸친 한민족 인문 역사 순례
2024년 01월 07일(일) 08:00 가가
허성관 지음
신간 ‘북행’(北行)은 광활한 만주벌판과 내몽고 자치구에 남아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직접 두 발로 찾아간 인문 역사 순례기이다. 저자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등을 역임했다. 은퇴한 후 역사학에 빠져든 저자는 2013~2018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와 함께 중국으로 역사 답사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신간 서문에서 “주제를 정해 역사현장을 발과 눈으로 확인하는 답사는 청춘을 되살리는 즐거운 여행이었다”면서 “책을 통해 역사적 근거를 찾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이 확실하다”고 밝힌다.
저자는 크게 ▲북만주, 호륜패이 초원을 가다 ▲동간도와 서간도를 가다 ▲산동성, 홍산, 요서를 가다 ▲우리 민족문명의 시원, 삼강평원 등 4부로 나눠 역사문화 순례기를 풀어낸다. 끝없이 펼쳐진 만주 벌판은 선비족(북위)과 거란족(요나라), 여진족(금), 만주족(청)을 비롯해 한민족의 뿌리인 부여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주무대였다. 또한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대일항쟁기)에는 독립운동의 기지 역할을 했다.
저자는 만주벌판 수만 ㎞를 답사하는 여정 속에서 상고시대 ‘홍산 문화’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장구한 시간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 상고사’에서 우리 민족을 ‘부여족’으로 정의했다”면서 우리와 친연성이 높은 그들(북방민족)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북방민족사를 우리 관점에서 연구하고 정리해야 한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그러나 조용히 추진해야 한다. 언제일지 알 수 없으나 먼 후일 반드시 크게 쓰일 것이다. 대륙성과 해양성이 발휘될 때 우리 민족은 융성했다. 북방민족사 연구는 바로 우리 역사에서 대륙성을 회복하는 기초 작업이다.”
저자는 장대한 답사여행을 통해 체감한 일제 식민사관의 오류와 중국 동북공정의 현주소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흑룡강성 박물관에 전시된 발해의 청동 기마상은 동북공정 논리를 반영해 ‘당(唐)발해’ 유물로 표기돼 있었다. 산동성 ‘치우천황 묘’와 ‘기자 묘’는 어렵사리 방문할 수 있었지만 내몽고자치구와 흑룡강성 경계에 자리한 부여 유적지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저자는 상고시대~일제강점기에 만주 벌판에서 펼쳐진 한민족과 북방민족의 역사를 씨줄로 날줄로 섬세하게 엮어낸다. 피륙에 새겨진 무늬는 오롯한 우리 역사 그 자체다. 명·청 교체기 억류된 강홍립 장군의 부대원들에 의해 송눈평원 벼농사가 시작되고, 독립군들이 ‘찔레꽃’을 애창했다는 내용은 새롭다. 특히 1913년 북간도에서 최초로 조직된 조선인 자치단체로 민주공화정 씨앗이 된 ‘간민회’(墾民會)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신민회·혁신 유림·양명학자, 목단강시 ‘팔여투강(八女投江)기념상’에 새겨진 안순복·이봉선 등 일제강점기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독립을 열망하며 투쟁했던 공간과 선각자들의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저자는 유형·무형의 과거를 기억하고 찾아내고자 하는 까닭에 대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미래의 그들을 위해서”라고 답하며, 신동엽 시인의 ‘금강’중 “옛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이라는 시구를 인용한다.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구처럼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멀리 앞을 내다보는 한 그루의 나무’이기 때문이리라.” <인문서원·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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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리강 지류인 목릉하에 자리한 ‘서일총재 항일투쟁유적지’ 기념비를 찾은 답사단. <인문서가 제공> |
저자는 장대한 답사여행을 통해 체감한 일제 식민사관의 오류와 중국 동북공정의 현주소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흑룡강성 박물관에 전시된 발해의 청동 기마상은 동북공정 논리를 반영해 ‘당(唐)발해’ 유물로 표기돼 있었다. 산동성 ‘치우천황 묘’와 ‘기자 묘’는 어렵사리 방문할 수 있었지만 내몽고자치구와 흑룡강성 경계에 자리한 부여 유적지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저자는 상고시대~일제강점기에 만주 벌판에서 펼쳐진 한민족과 북방민족의 역사를 씨줄로 날줄로 섬세하게 엮어낸다. 피륙에 새겨진 무늬는 오롯한 우리 역사 그 자체다. 명·청 교체기 억류된 강홍립 장군의 부대원들에 의해 송눈평원 벼농사가 시작되고, 독립군들이 ‘찔레꽃’을 애창했다는 내용은 새롭다. 특히 1913년 북간도에서 최초로 조직된 조선인 자치단체로 민주공화정 씨앗이 된 ‘간민회’(墾民會)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신민회·혁신 유림·양명학자, 목단강시 ‘팔여투강(八女投江)기념상’에 새겨진 안순복·이봉선 등 일제강점기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독립을 열망하며 투쟁했던 공간과 선각자들의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저자는 유형·무형의 과거를 기억하고 찾아내고자 하는 까닭에 대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미래의 그들을 위해서”라고 답하며, 신동엽 시인의 ‘금강’중 “옛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이라는 시구를 인용한다.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구처럼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멀리 앞을 내다보는 한 그루의 나무’이기 때문이리라.” <인문서원·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