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실 바뀌어야 아이들 미래 달라진다
2023년 12월 30일(토) 12:00 가가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김성원 지음
김성원 지음
긴 일자형 복도를 따라 동일한 규모의 교실이 배치된 ‘편복도 교실’과 북쪽 한편에 복도를 배치하고 남쪽에 교실이 배치된 ‘일자형 학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다녔던 학교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910년 국권을 침탈한 일제가 근대교육을 도입하며 짓기 시작한 ‘편복도 교실’과 ‘일자형 학교’는 1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은 1960년대부터 해외 사례를 적용해 다양한 교실 유형과 학교 건축에 나섰다. 그런데 한국은 왜 획일적인 ‘편복도 교실’과 ‘일자형 학교’ 건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예술과 기술을 놀이처럼’ 이라는 모토로 ‘play AT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성원 소장은 신간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에서 “교사는 물론 건축가들까지 기존의 획일적인 편복도 교실과 일자형 학교에 익숙한 까닭에 공간적 상상은 빈약하고, 21세기 교육을 위한 학습공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미래 학교사업은 혼란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제 현대 학교의 학습공간 디자인은 개별 교실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가 아니라 다양한 학습공간들을 어떻게 혼합 구성할 것인가로 주안점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 책이 미래 학교와 학습공간에 대한 상상을 자극해 기성세대의 경험을 뛰어넘는 모델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김 소장은 크게 ‘미래 학교의 특별교실’과 ‘2차 학습공간’, ‘다른 학습’ 등 6부로 나눠 교육건축학의 변화에 따라 발명된 다양한 교실 모델과 2차 학습공간을 소개하면서 21세기 교육을 위한 학습공간을 어떻게 재구조화해야 할지에 대한 다채롭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한국과 너무나 다른 해외 많은 학교들의 ‘공간 디자인 철학’은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해외에서는 ‘편복도 교실’외에도 ‘중복도 교실’, ‘가변확장형 교실’, ‘L형 교실’, ‘보조공간 결합 교실’, ‘학습 스튜디오’, ‘야외 교실’ 등 다양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연구실이 혼합된 교육공간인 미국 캘리포니아 ‘칸 랩(Lab) 스쿨’은 공용 공간과 교실 사이에 접이식 유리문을 설치, 가변 열린 교실을 적용했다. L형 교실을 도입한 호주 ‘성 십자가 학교’는 21세기 교육의 이상을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협업과 소통, 창의력 개발과 성숙’으로 설정했다. 독일 ‘랜츠버거 스트라세 학교’는 새로운 건물을 증축하면서 ‘공간이 교육방향을 촉발한다’라는 학교의 교육 건축학적 개념을 반영했다.
학교 건물 역시 ‘STEAM 스튜디오’(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의 학제를 넘는 융합교육을 지원하는 학습공간)를 갖추고 지역소멸과 지역공동체 살리기, 고밀도 도시(수직빌딩형 학교) 등 지역특성을 적극 적용하는 방향으로 지어졌다. 해외 선진적인 교실과 학교 사례를 읽으며 무엇보다 부러운 점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공간 디자인 철학’과 ‘학교건축 지침’이다. 영국 ‘브리스톨 메트로폴리탄 칼리지’의 경우 건물을 개축하면서 건축가와 함께 교사·학생·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도 건축 기획에 참여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저자는 “(한국은)교육적 요구를 공간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여전히 우선이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화석화된 학교 모델과 건축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학교 건축의 역사와 현대 교육공간 모델에 대한 이해 없는 학교 건축행정은 교육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간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의 교실과 학교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話頭)를 던진다. <소동출판사·2만5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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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공간 디자인이 변화하면 학생들의 습관과 상상력도 달라진다. ‘가변 열린 교실’로 설계된 미국 ‘칸 랩 스쿨’. |
학교 건물 역시 ‘STEAM 스튜디오’(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의 학제를 넘는 융합교육을 지원하는 학습공간)를 갖추고 지역소멸과 지역공동체 살리기, 고밀도 도시(수직빌딩형 학교) 등 지역특성을 적극 적용하는 방향으로 지어졌다. 해외 선진적인 교실과 학교 사례를 읽으며 무엇보다 부러운 점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공간 디자인 철학’과 ‘학교건축 지침’이다. 영국 ‘브리스톨 메트로폴리탄 칼리지’의 경우 건물을 개축하면서 건축가와 함께 교사·학생·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도 건축 기획에 참여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저자는 “(한국은)교육적 요구를 공간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여전히 우선이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화석화된 학교 모델과 건축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학교 건축의 역사와 현대 교육공간 모델에 대한 이해 없는 학교 건축행정은 교육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간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의 교실과 학교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話頭)를 던진다. <소동출판사·2만5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