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시인 산문집 ‘풀씨는 힘이 세다’ 발간
2023년 12월 28일(목) 07:00
드들강변에서 ‘30년 詩 농사’…농사 관련 일상 담아
김황흠 시인은 드들강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다. 30여 년간 그렇게 농사를 업으로 삼으며 시를 써왔다. 그의 나이 서른에 귀농을 해서 자리를 잡기까지 적잖은 풍파가 지나갔다.

시 외에도 그는 농사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20여 년간 농사일기라는 게시판을 만든 후 일상을 기록해왔다. 일기엔 농사짓는 생활의 일면이 담겼다.

김황흠 시인이 산문집 ‘풀씨는 힘이 세다’(걷는사람)를 펴냈다.

제목이 말해주듯 그는 자연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시인 특유의 서정과 따스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누이의 제안 때문이었다. “오빠 산문은 늘 따뜻해서 좋던 데”라는 말에서 산문집을 준비하게 됐다. 시인은 이전에 썼던 농사일기 등을 묶었다. 책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을 동행하며 농사와 더불어 살아온 길”이 담겨 있다.

저자는 “농사일기에서 갈등이나 감정의 토로는 되도록 삼가고 농사와 관련된 일만 썼다”며 “언제 뭔 일이 있었고 어떠했었다는 평면적 기록에 치중하면서 되도록 주관적 견해는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고풍상을 뒤로하다 보면 부모님의 노고와 분에 넘친 사랑 이야기가 있고, 그 속에서 오밀조밀 우애를 다듬던 형제들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가족에 대한 끈끈한 정,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체득했던 지혜 등을 시인의 눈으로 톺아낸다. 책을 읽다 보면 눈길을 끄는 문장들과 만나는데,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농사를 매개로 한 체험이라 힘있게 다가온다.

“아무리 뽑아내도 어디선가 날아와 싹을 틔우는 풀씨들은 농사꾼들과 싸우며 자기 영역을 넓혀 왔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역시 세상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서든 풀씨처럼 힘을 내면서 살아왔다.”

논농사 밭농사 외에도 하우스 경작으로 경황없는 세월을 부대끼면서도 알콩달콩 살아온 이야기도 있다. 책은 ‘고생대를 지나온 비문’, ‘도장골 연대기’, ‘빗방울은 잔소리를 좋아해’, ‘강변에서 그리움을 짓다’ 등 다채로운 농사 경험과 드들강변에서 보았던 4계절의 풍광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이 주는 힘은 따스하고 미려하다. 한번쯤 곱씹을 만하다. “누구든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은 삶이 없다. 삶의 고통을 반반 나누며 아껴주고 안아 주던 시간, 되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그 시간을 더듬다보면 거기엔 사랑이 무진장 넘쳐 흘렀음을 느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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