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담 시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동심”
2023년 12월 16일(토) 11:50
동시집 ‘고민에 빠진 개’ 펴내
시를 쓰는 것은, 특히 동시를 쓰는 것은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도화지 같은 때 묻지 않는 하얀 마음이 바로 동심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동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동심을 품게 해주는 어린이들에게 가닿아 보고 싶어 동시를 쓴다.”

이지담 시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동시를 쓴다는 것은 동심을 떠올리고 동심을 품게 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고 정이 메말라간다고들 한다. 경쟁 위주의 삶을 살다보니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둔감해질 때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동심은 메마른 마음을 다독여주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해준다.

이지담 시인이 펴낸 ‘고민에 빠진 개’(초록달팽이)는 읽으면 위안이 되는 따뜻한 동시들이 수록돼 있다. 무엇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느끼게 된다. 시 속의 화자들은 나지막이 속삭인다. 우리 사는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 그것의 단초는 동심이라고 말한다.

“거북이와 토끼가/ 다리 바꿔 달리기를 하였다// 거북이는 긴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스프링 달린 것처럼 높이 뛸 수도 있다/ 이젠 안다/ 낮잠을 자는 척/ 기다려 준 토끼를// 토끼는 물갈퀴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도 쉼 없이 걷는다/ 이젠 안다/ 이 게임을 물리지 않고/ 함께 한 거북이를”

위 시 ‘바꿔 봐!’는 내 입장만 고수할 게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마음의 자세를 노래한다. 서로 다리를 바꿔 달리기를 하는 거북이와 토끼의 이야기는 이전에 알고 있던 동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토끼는 거북이가 돼 보고, 거북이는 토끼가 돼 보는 입장 바꿔보기를 통해 양보와 역지사지의 아름다운 미덕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시인의 생각하는 동심은 그런 것일 듯하다.

시인은 “내게 여러 종류의 슬픔이 다가왔지만, 내 안에 살아있는 동심이 그 슬픔을 이겨내게 했다”며 “동심이 있는 지구는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한편 이지담 시인은 ‘서정시학’ 여름호에 시가 당선됐으며 2014년 ‘대교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상 동시 무문에 최고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시집 ‘고전적인 저녁’, ‘너에게 잠을 부어주다’, 동시집 ‘낙타가족’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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