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과 영상으로 만나는 소설 ‘소년이 온다’
2023년 10월 11일(수) 19:30
‘소리 없는 영상’전 20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5·18 역사와 성찰”
김홍빈·심혜정·정기현 작가, 오월어머니회·시민들 낭독 장면 담아

소설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소리 없는 영상’의 장면. <포도나무 갤러리 제공>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폭력의 가혹성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가녀린 생명이 무참하게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것인지 깊게 숙고하게 된다. 아니 분노하게 된다.

소설은 80년 5월 18일부터 10일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미해 역사의 기억과 상처에 주목한다.

소설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소리 없는 영상’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0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1층 전시실.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작가가 참여해 제작한 이번 영상전는 오월어머니회와 시민들이 소설 6장을 읽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은 모두 40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작업은 5·18기념재단이 주최하고 오월어머니집과 갤러리포도나무 등이 협력해 진행됐다.

작품을 기획한 유재현 작가는 “관객과의 치유에 초점을 두고 여성의 목소리를 텍스트와 결부한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구성했다”며 “다양한 장면을 매개로 장소성과 5·18의 역사성 등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소설은 중학교 3학년인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동호는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에서 주검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동호는 문득문득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이번 설치를 담당했던 정기현 작가는 “영상마다 그것에 맞게 스크린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날씨나 외부적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했다.

원 텍스트인 ‘소년이 온다’가 서사적, 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인데다 오월어머니들의 개인사와 포개지면서 낭독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전시의 주제 ‘소리 없는 목소리’는 소설 속 6장에서 자신의 아들을 직접 손으로 묻은 옹호 엄마의 독백과 연계돼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사실 소설에 대한 상찬은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신형철 평론가는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고 평한 바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모두 두 개의 섹션을 만나게 된다. 먼저 영상작업에 대한 내용들을 접한다. 오월머니들 모습, 2023년 광주의 모습을 이미지와 낭독, 텍스트 등 다양한 영상 설치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관람객들은 3개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꽃 핀 쪽으로’에서는 6명의 오월어머니와 현재를 살아가는 다중화자들이 6장을 낭독한다. 아이를 자기 손으로 묻은 동호 어머니의 독백을 따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앞서 가거나 뒤따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진다. 마지막 순간에 소년은 꽃이 핀 쪽으로 여러 목소리들을 안내한다.

이어 ‘어린 새, 소년 2023’과 ‘제1장 어린 새’는 짝을 이룬다. ‘어린 새, 소년 2023’은 2023년 현재로 소환된 동호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상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책의 1장을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다. 전시장에 마련된 녹음기를 이용해 소설을 읽으며 텍스트가 전하는 의미와 소설이 환기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는 터키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10여 종의 ‘소년이 온다‘가 비치돼 있다.

기획을 담당한 정현주 박사(포도나무갤러리 관장)는 “이번 영상 작품은 현재의 시점과 5·18이라는 두 개의 층위로 구성돼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전시의 방법적인 면에서 어머니의 관점에서 풀어보려 했다”며 “보다 젊은 관객들에게 5·18의 의미가 현재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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